무너진 균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내 안의 작은 방, 어두운 구석부터 밝은 창가까지
그곳엔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머물고 있었다.
늘 무언가를 감춰야 했던 아이는
조금 덜 웃고 덜 말하며 살아냈다.
밤이면 계단을 오르는 발걸음 소리에 심장이 뛰었고,
도어락 소리에 숨을 죽였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누군가 다치진 않을까”
불안한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밤새 움직이지 않고 조용해질 때까지 버텼다.
어린 내가 너무 일찍 배운 생존법이었을까?
한 모금에 물도, 한 번의 화장실도 허락되지 않았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깨진 조각들이,
문과 벽에는 선명한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깨진 것은 무심하게 던져진 말들이었고,
남겨진 흔적은 어른들의 감정이었다.
그런 상처들 속에서 ‘정상’을 연기해야 했다.
잘 웃고, 착하고, 행복한 아이처럼.
마음속은 슬픔과 원망으로 가득했지만
‘오죽하면 그랬겠어’
‘내가 알 수 없는 고통이 있을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자기 몫의 체면까지 감쌌다.
혹시라도 소리 내면
또 다른 불편을 낳을까 봐,
사과를 모르는 무관심과 거친 그림자 속에서
나는 매일 전쟁을 치러야 했다.
곳곳에 남아 깊이 스미는 흔적들처럼,
내 안에도 균열이 깊어졌다.
그들의 무심한 하루가 내게는 한 계절 같았다.
“괜찮아, 괜찮아” 스스로 되뇌는 게
오래된 습관처럼 굳어 가슴 한편이 시커멓게 말라 갔다.
나와 같은 공포 속에 있었던
유일한 위로는 며칠씩 침묵하고,
때로는 싸늘하게 지나갔다.
그마저도 감정의 방식일 수 있으니
더더욱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다.
정적은 늘 나의 몫이었다.
잘 지내고 싶었다.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고,
눈에 띄지 않게 살아남고 싶었다.
누가 먼저 사과하지 않아도
나는 늘 먼저 괜찮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조용히 타일렀다.
조금만 더 참자고, 지금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사실은 아무것도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해야 했다.
그래야 부서지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그 안에서 내가 잃어버린 건,
나였다.
실체 없는 상처와 무거운 침묵 속에서
누구도 날 안아주지 않았고,
나조차도 나를 안아줄 수 없었다.
그 시절, 살기 위해 나를 지워냈다.
그렇게 나는 웃는 얼굴로 울고 있던 아이가 되어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
그때의 나를 돌아본다.
작고 여린 어깨에 얹힌 무게를,
그날의 시간을 기억한다.
그 때문일까?
지금도 가끔 내 선택을 쉽게 믿지 못하며 살아간다.
누군가 “그땐 힘들었겠다”라고 말하면
그 감정을 과장이라 여기며 조심스레 삼킨다.
이제야 비로소 다정한 어른으로서
그 아이를 꼭 안아주고 싶다.
누군가의 허락 없이도,
내가 나를 먼저 이해하고, 보듬어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혹시 당신도,
감추고 삼켜야 했던 그때의 ‘나’를 기억한다면,
이 글이 그 아이에게 닿기를 바란다.
혹시 당신도
감추고 삼켜야 했던 ‘그때의 나’를 안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