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걸린 말들

애썼던 침묵

by 지하림

말이 나오기 전에 마음이 먼저 무너졌고

그렇게 목에 걸린 말들이 쌓여갔다.


입을 열지 못한 건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닌,

열고 난 그다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을 삼키면

"입이 없어? 말 못 해?"

말을 뱉으면

"어디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대들어!"


입으로 말이 나오지 못하고

눈으로 감정이 새어 나오기를 반복했다.


표현은 늘 비난이 됐고

표정은 혼나야 할 이유가 됐다.


말을 꺼내기 전에 이미 지워지는 느낌..

그게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면 입이 먼저 닫혔다.

입을 다문 자리에는 눈물이 먼저 새어 나왔다.


어느 순간부터는

울지 않으려고도 애를 써야만 했다.


진심을 꺼낸 게 대드는 거라면

차라리 입을 다무는 게

몇 번이고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에 빠져 있는 내 모습이

현실을 모르는 허세가 되었고,

고민해서 선택한 길도 철없다는 말로 돌아왔다.


애쓰지 않은 게 아닌데

이해받지 못했다는 감각만이 남았다.






참았던 순간도, 침묵한 이유도

누군가는 기억조차 하지 않는다.


말을 꺼내는 사람보다,

말을 삼키는 사람이 더 오래 상처받는다.


왜 말을 안 하는지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라는 사람이 무얼 느끼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봐준 적 있었나..


걱정이라는 말 아래 기준을 넘기지 않으면

사랑 받을 수 없는 조건의 문턱들이

때로는 낮은 문턱이 아닌 높은 벽 같았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말들이

사실은 기대라는 이름의 압박일 때,

숨이 턱 막혀왔다.


내가 견디는 동안 그들은

"내가 더 힘들어, 니가 뭐가 그렇게 힘든데?"

"원래 다 그런 거야. 너만 유별나게 굴지 마."

라는 말로 자신의 무심함을 정당화했다.


사랑해서 해주는 조언이 아닌,

당신들이 견디지 못한 과거를

내 삶에 그대로 덧씌우는 방식에 불과했다.


그들의 후회를 대신 살아내고 있었으면서

그 자리를 사랑이라 믿고 싶었던 것 같다.


말하지 않으면 덜 다치고, 덜 어긋날 줄 알았다.

하지만, 상처는 곧 소리도 없이 조용히 곪아갔다.






말이 자리를 잃을 때마다

상처는 사라질 생각 없이 깊어지고,

나 자신은 조금씩 사라져 갔다.


나도 내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그렇게 말하면 나도 상처 받는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들은 "예민하다, 감정적이다, 철없다"는

말들에 막히곤 했다.


내 말은 누군가를 설득하지 못했고,

내 마음은 누군가에게 닿지 못했다.


내가 느낀 감정조차 틀린 게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는 날들이 많아져갔다.


나는 단지, 조금만 믿어주고

조금만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사람이 주는 다정함이 사무치게 필요했다.






말하지 못한 내가 아니라

말할 수 없던 자리들이

나를 점점 더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 자리에 쌓인 오해로 인해

침묵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나를 미워하게 된 이유를 쌓아갔다.




당신은 어떤 말들을 삼켜야만 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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