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너무 힘들다면 그냥 웅크리고 있어도 괜찮다.
왜 자꾸 힘을 내라고 하는 걸까.
기력 없는 격려는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더 이상 자랄 수 없는 좁은 껍질을 벗어나기 위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를 지켜주던 단단한 외피를 벗어내면,
이제 막 돋아난 연약한 살점이 스치기만 해도 아리고 쓰라리다.
이 무력한 민낯이 주변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바위 아래 그늘로 들어가 잠시 숨을 고르며 기다려야 한다.
피하지 말라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주변의 아우성은 신경 쓰지 말고
내가 충분히 자라 단단해질 때까지는 숨어 있는 것도 지혜다.
이것은 나의 선택도, 내 행동의 결과도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하는 자연의 리듬을 따르는 일일 뿐이다.
어찌 보면 좋은 인연과 운으로 여기까지 왔음에 감사하며 그저 살아가면 된다.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운 순간들에 경의를 표하고,
조용히 나를 키워가다 보면,
언젠가는 더욱 견고한 껍질로 새로운 변화의 물결 앞에 서 있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