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넘효과(Barnum Effect)와 MBTI

by 향글

심리학에서 유명한 바넘효과란, 19세기말, 곡예단에서 사람들의 성격을 맞춘다는 묘기로 유명했던 바넘(P.T. Barnum)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1940년대 말 심리학자 포러(Bertram Forer)가 흥미로운 실험을 했다. 학생들에게 성격 테스트를 한 뒤, 실제 결과와는 무관하게 신문 점성술란의 내용을 조금 변형해서 나눠줬다. 놀랍게도 학생들 대부분이 "나한테 딱 맞는다"라고 답했다.


핵심은 이거다.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막연하고 보편적인 특성을 들으면, 그게 자신만의 독특한 특징이라고 착각한다는 것. 특히 긍정적이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일수록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진다. 바넘효과, 혹은 포러효과라고 하기도 한다.


경기가 불황일수록 점집이 성황이라는데, 솔직히 점 보는 건 불황과 상관없이 늘 있어왔던 일 아닌가. 답답하고 일이 안 풀릴 때 ‘오늘의 운세’ 라도 찾아보는 것은 내 앞날을 조금이라고 알고 싶은 인간의 욕구이기도 하다. 연말이면 관심 없던 사람들도 토정비결 정도는 슬쩍 보게 된다. 나는 점보는 걸 좋아한다. 나쁘게 나오면 "어머 어머 마자 마자" 하면서도 은근히 신경 쓰이고, 좋게 나오면 "진짜?" 하며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넘효과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점이라는 게 결국은 그런 거 아닌가.


내가 봐온 점들을 생각해 보면:

별자리 점은 혈액형보다 좀 세분화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봤자 12개 분류에 이 많은 인간들을 다 욱여넣는다는 게 좀... 신뢰도가 떨어진다.

주역, 사주는 태어난 연월일시를 과학적으로 풀이한다는데, 점성술이라기보다는 자연과학에 가까워 보인다. 일반 점들 중에서는 가장 개인화된 것 같아서 관심도 많고 책도 봤는데, 이해가 쉽지는 않다. 철학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관상이나 손금은 정말 신기하다. 대체 어떻게 보는 건지. 내 눈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데. 관상책을 읽어봤지만 얼굴형부터 눈코입귀, 심지어 다른 신체 부위까지... 솔직히 난 내 얼굴이 둥근형인지 사각형인지도 모르겠다. 뭐, 누구나 볼 수 있다면 점쟁이가 따로 필요 없겠지.

타로점은 좀 신기했다. 미국에 있을 때 봤는데 그때 상황이 워낙 절박해서 그랬는지 점괘에 아주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도 봤는데 몇 달 후 일을 맞춰서 좀 놀랐다. 우연히 예언이 맞아떨어지기도 했고.

무당들이 보는 점집은 한 번 가보았다.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미리 예약을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가보았는데 점사도 신통치 않았고 별로 이야기해 준 것도 없는데 그마저 정말 틀렸다. 아빠가 4년 이내에 돌아가실 거라고 했는데 당시에도 건강하셨고 10년이 지나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


최근에는 한창 유행하고 있는 MBTI, 나는 대학교 때 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본 적이 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MBTI가 똑같다. MBTI가 유행을 타다가 사그라질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 같다. 혼자서 점심을 먹는 게 I라서 이해가 되고, 일어나지도 않을 법한 상황을 상상하며 이상한 질문을 해도 “N이라 그래” 하며, 친구와 공감을 못 하더라도 “T라서 그래” 하며 넘어가주고 기분대로 스켸줄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더라도 P라서 이해해 주는 그런 분위기가 되었다. MBTI 가 아직도 인기가 많은 이유는 자기 이해와 타인과의 소통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면접 때도 MBTI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조금 황당했지만 나를 아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굳이 숨길 필요도 없다. ‘10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고 했는데 아무리 세밀하게 분류해 놓고 통계학적으로 잘 정리한다고 하더라도 사람 속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품어보지만 점을 보는 이유와 비슷하다.

정확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게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자신감을 주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게다가 세상 사는 데 조금이라도 재미를 더 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MBTI든 점이든, 결국 중요한 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는 거다. 맹신하지 않되 적당히 즐기고, 좋은 것만 취하면 되는 거 아닐까. 바넘효과를 알면서도 점을 보는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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