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

by 향글

“나는 나 자신의 뮤즈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며, 더 알고 싶은 주제다.”


멕시코 화가인 프리다 칼로는 자화상을 주로 그렸고 ‘나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큰 교통사고를 당해서 허리와 골반을 심각하게 다치고 2년 동안 침대에 누워서 지내며 천장에 거울을 붙여 놓고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외에도 참 기구한 인생을 살았는데 인상 깊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녀의 초상화와 작품은 너무도 강렬해서 한 번만 보아도 그녀가 누구인지 왜 그런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 찾아보게 된다. 대학교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미술사에서 그녀의 작품을 처음보고 오랫동안 그녀의 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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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ridakahlo.org


‘나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며, 더 알고 싶은 주제다’라는 말이 오랫동안 잊히지 않았고 지금까지 가끔 그 말을 곱씹어 보며 생각하게 된다. 나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일 텐데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특히 나르시시스트, 히스테리, 집착, 강박증, 불안증 등과 같이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성격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정작 본인은 모를 수도 있다.


사람의 눈이 자신을 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보게 끔 되어 있다는 것은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의 허물은 쉽게 보여도 나의 문제는 잘 보지 못한다. 자가 진단을 할 수 있는 설문지가 인터넷 여기저기 떠돌고 있지만 자신이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나왔다고 해도 쉽게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20년도 넘게 만난 친구가 변했다고 느끼는 것은 그 친구가 변한 걸까, 내가 변한 걸까? 예전엔 밝고 재밌었던 친구가 나이 들어서 만나니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투덜이가 되었다면 그 친구가 변한 것인지 아니면 그런 모습을 내가 몰랐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하니 한 시간 이상을 붙들려 꼼짝없이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내가 힘들었을 때 나도 엄마를 붙잡고 넋두리를 했으니 이번에는 내가 들을 차례다. 엄마는 윗집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잔 지가 벌써 수개월 째라고 하는데 그 스트레스가 쌓여서 지난주에는 구안와사가 왔다고 했다. 새벽부터 밤새도록 컴퓨터 팬 돌아가는 것 같은 기계음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 큰 소음이 아니라 귀를 기울여야지만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라고 한다. 밤이 되면 사방이 조용하니 엄마는 그 소리를 피해서 이방 저 방 옮겨 다니며 잠을 자고 있는데 엄마는 '왜 내가 소음을 피해 잠도 못 자고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하지?' 하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잠은 더 못 이루고, 소리가 인식이 되어 그 뒤로 계속 소음이 들리는 악순환의 연속이 되었다. 윗집에 올라가서 따져도 보고 아파트 관리사무소, 경찰서까지 같지만 소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윗집 사람은 엄마보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야기만 들어보아도 해결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다른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혹은 들리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그런 생활소음인데 엄마한테는 고문같이 괴로운 것이었다. 그 뒤로 엄마는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고 약을 지어먹는데 한의원에서도 엄마가 아주 예민한 사람이라고 한다. 몰랐던 사실은 아니지만 엄마가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안면마비까지 올 정도로 예민할 줄은 몰랐다.

나도 불면증에 시달려보고 후각이 예민한 편이라 그 고통을 모르지 않는다. 엄마는 오랫동안 운동과 명상으로 몸을 단련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층간 소음으로 병을 얻었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조언해 주는 것처럼 ‘마음 편히 가지려고 노력해 봐’라고 한다면 그게 말처럼 쉽겠냐고… 하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는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나는 나 자신을 정말 잘 안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일까? 내가 다른 사람을 보며 판단하고 조언을 해주는 것만큼 내가 나 자신을 스스로 이해하고 다독일 수 있을까?

그러기에 사람을 우주라고 하는가 보다. 끝이 보이지 않게 넓게 펼쳐진 우주라서 알아도 알아도 끝이 없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Mattia Verga님의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