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이쯤 하면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이 하나둘씩 무너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매해 죽지도 않고 찾아오는 각설이 같이 올해도 찾아온 새해 결심들, 외국어 공부, 다이어트, 금연 등이 있겠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러닝 덕택에 마라톤 출전도 아마 새해 계획에 추가된 듯하다. 하지만 몇 번 하다 보면 계획을 세울 때처럼 마음이 지속되지 않아 중간에 포기를 하고 나의 얄팍한 의지와 인내심에 실망을 하고 만다. 실망하고 자괴감에 빠지니까 급기야 아예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나의 경우에도 올해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언제 마지막으로 새해 계획을 세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이렇게 김이 빠진 나를 자극하는 단어가 하나 생겼는데 그건 바로 discipline이다. 한국어로 번역을 한다면 훈육, 단련, 연습 정도가 되겠다. 특정 결과를 목적으로 자신을 연마하는 것도 될 수 있겠지만 건강에 좋은 습관을 만들고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이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discipline에 속하겠다.
내가 너무도 기다리던 그래미 시상식을 월요일에 보았는데 Best Pop Vocal을 수상한 Lady Gaga의 수상소감에 discipline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I believe in discipline.
연습의 힘을 믿는다는 Lady Gaga. 히트 곡도 많이 남겼지만 언제나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왠지 더 신빙성 있게 들린다. 수상소감에서 그녀는 여성 아티스트들을 향해 꿈이 있으면 절대 포기하지 말고 계속 나아가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교과서 적인 수상소감에 감동하여 나도 매일 글쓰기 챌린지를 하려고 한다. 분량에도 상관없고 시간도 제약이 없고 그냥 매일 쓰기만 하면 되는 챌린지이다. 오랫동안 글쓰기를 안 해서 각성한 것도 있다. 어느 날은 글이 잘 써지지만 어느 날은 글이 잘 써지지 않는데, 대부분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항상 머릿속에는 이런 내용으로 글을 써야지 하던가, 쓰고 싶은 문장이 가끔 생각나기도 하는데 나의 게으름 탓에 실천으로 잘 옮기지는 않는다. 그냥 묵혀 두었다가 나중에 컴퓨터 앞에 앉으면 보따리를 풀려고 한다.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머릿속에 묵혀 두면서 잊어버릴 까봐 그 내용을 계속해서 복기하는 한심한 버릇이 있다. 막상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으면 쓰려고 했던 보따리를 풀어놓으려는 결심은 뒷전이고 엉뚱한 이야기만 하다가 끝난다. 그러니 매일 글 쓰는 챌린지는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면 연재 시간을 까지 꼭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어서 은근히 싫었다. 거기에 다가 ‘연재를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떡하지? 또는 글 소재가 떨어지면 어떡하지’ 등 미래의 걱정을 미리 땡겨서하는 습관 때문에 시작을 주저하게 된다. 한동안 글을 올리지 않으면서 잠깐의 해방감을 느꼈지만 덕분에 나는 더 게을러졌다.
오래전 아이들을 가르칠 때 일이 생각난다. 시험을 본다고 하면 항상 이런 질문하는 아이가 있다.
“선생님, 시험 잘 못 봐도 돼요?”
경험이 부족했던 젊은 시절의 나는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얘들아, 못 봐도 되는 시험이 어딨 니? 모든 시험에 최선을 다해야지”
시험을 못 봐도 되는지 물어보는 아이들의 속마음은, ‘나는 준비되지 않았으니 시험을 잘 볼 자신이 없다, 그러니 시험이 보기 싫다, 결과가 나빠도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말아라' 하고 미리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일종의 자기 방어인 셈이었다.
아이들이 지금 나에게 저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시험 결과는 그때 가서 생각하자. 지금은 시험을 잘 보는 것에 집중하고”
앞으로 일어나지 않을 일을 미리 앞서 걱정하는 성향이 너무 많다.
저 이야기는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싶은 말일 수도 있다.
매일 글쓰기가 안 되면 어떡하지? 그건 그때 생각하자. 지금은 매일매일 글 쓰는 것에 집중.
매일 글을 쓰면 실력이 늘 것이라는 아주 단순한 원리를, 나는 나 자신에게 시도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뭘 쓰던가 해야 수정하고 편집할 거리라도 있지. 나는 게으른 천재라도 되길 바라는 것일까?
I believe in discipline이라고 외치던 Lady Gaga를 보면서 나도 올해를 discipline의 한 해로 만들어야겠다고 아주 오랜만에 계획을 세워본다.
사진: Unsplash의Drew Beam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