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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새봄 Nov 16. 2023

우리 집 강아지

콩이와 설이와 함께 

이제껏 살아오면서 나는 강아지만 키웠다. 결혼 전에는 말티즈를 밀린 회비대신 받아서 입양했다. 어이가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40만 원이 밀린 회원집에서 유난히 나를 잘 따르던 말티즈 은비! 회비를 낼 여력이 안 되는 학부모님께서 은비라도 데려가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다. 


처음에 마음의 준비가 잘 안 된 상태에서 입양을 하긴 했지만 은비는 정말 순하고 말 잘 듣는 강아지였다. 몇 년을 그렇게 함께 지내고 새끼 5마리까지 낳아서 아롱이라는 큰 아이만 남기고 다른 새끼들은 분양을 했다. 그렇게 은비와 아롱이 모녀는 아웅다웅하면서도 순한 은비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잘 지내다 그렇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2002년 월드컵으로 열기가 뜨겁던 해에 나에게 와서 15년을 함께 하다가 그렇게 아롱이와 1년 차이를 두고 갔다. 


다시는 나에게 반려동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 17년 차에 느닷없이 강아지가 다시 키우고 싶어졌다. 그래서 비숑 프리제 남매를 한 달 간격으로 콩이와 설이를 입양받고 2년째 함께 동거하고 있다. 집에 들어가면 숨이 넘어갈 것처럼 반겨주는 아이들. 남편은 평상에 누워서 나를 맞아 주지만 콩이와 설이는 꼬리를 있는 힘껏 흔들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나를 반겨준다. 


항상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콩이와 설이는 기억이 리셋이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물건을 깜빡 잊고 가지러 올 때면 또 오늘 처음 만나는 것처럼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 나도 이렇게 뭔가에 열정적이었던가? 


밥을 먹을 때, 외출할 때, 산책할 때 무엇을 하든지 항상 쌍수 들고 환영이다. 항상 긍정적이다. 콩이와 설이를 보면 이유 없이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는 엄하게 남편은 부드럽게 아이들을 대해서 그런지 나를 조금 어려워한다. 말 못 하는 강아지이지만 그것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도 가끔 나를 무장해제 시키는 마력이 있는 울강쥐들~~ 콩이는 두 번의 위험한 순간이 있었지만 이제 성견이 되었고, 콩이와 설이 둘 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오래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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