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10박스가 넘는 물건을 받았다. 우리 집은 이미 터지기 직전의 상태로 물건들이 우리의 공간을 점령하고 있는 터였다. 항상 좁다고 여겨서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야 하나 고민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 때에 이렇게 많은 박스가 오다니 그 물건들은 우리 집 현관을 넘지 못하고 문밖에서 체류해야 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집안을 정리하기로 했다. 정리라기보다는 버리기가 시급했다. 몇 년째 사용 안 하고 있는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 10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이사 왔을 때 방 세 개 중에 두 개는 비었었다.
하지만 그 방들은 옷들로 가득 찼고, 나머지 방은 나의 서재 명목으로 온갖 잡다한 물건들이 이미 점령된 상태이다.
게다가 2년 전에 강아지 두 마리를 입양까지 했으니 두 마리 강쥐의 물건도 넘쳐난다. 버리기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그 물건들의 압박으로부터 나의 공간은 더 줄어들 것이다.
100리터 기준 쓰레기봉투로 5개 재활용 분리수거의 명목으로 뺀 물건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사용하지도 않을 물건들을 왜 이리 안고 지냈던 것일까? 과감하게 버리기를 하고 나니 애매한 물건들은 내 눈에 보이는 곳에 잠시 놓아두기로 했다. 오며 가며 그 물건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들도 나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리라.
팔 수 있는 것들은 당근마켓에 내놓거나 무료 나눔을 했다. 물건들을 버리다 보니 구입부터 신중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것을 세 번 이상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주말을 이용해 토요일이 지나고 일요일이 되니 공간이 확보가 되기 시작했다. 10박스의 물건도 진입에 성공했고, 심지어 공간이 남기까지 했다. 이사를 못 가면 수납공간 넉넉하게 할 수 있는 인테리어를 하리라 다짐했는데, 이렇게 공간이 생기기 시작하니 집에 대한 애정도 올라가고 이사 갈 마음이 없어지기까지 한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설레는 감정까지 다시 들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버리기에서부터 시작한 것이라니 참 어이가 없다.
나의 공간을 돈을 들여 살 뻔했다. 앞으로 더욱 물건구입에 대해서 신중해지자 또 한 번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