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끝자락에
햇살과 이슬 머금고
고운 얼굴 비춘다.
다채로운 분홍빛 물결 속에
가늘고 긴 줄기 세우며
아무 말 없이 흔들린다.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속삭임 속에 피어난 너
한낮의 해와 밤하늘의 별도
모두 스치듯 지나간다.
너는 말없이 피어나
아무런 요구 없이 지고,
흩어진 꽃잎으로 남아
누군가의 추억 속에 스며든다.
아침 운동하러 오산천에 갔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라 여기며 옷깃 단단히 여미고 잰걸음으로 걷던 중에 만난 코스모스. 언제 이렇게 예쁘게 핀 걸까? 혼자 동떨어져서 예쁘게 핀 코스모스도 있었지만 그래도 모여 있는 것들이 화려함을 뽐내며 나를 맞아주고 있었다.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항상 놓치기 쉬운데 올해는 그나마 여름이 너무 더워서였을까? 코스모스도 지기 전에 이렇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당분간은 운동장소로 오산천으로 매일 가야겠다.
이렇게 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다. 잠시 복잡했던 마음도 코스모스 보니 잊을 수 있었다. 바라는 것 없이 내어주기만 하는 한편으로 안쓰럽기까지 하다.
오늘 뜻밖의 아름다운 풍경과 운동할 수 있는 체력과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