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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푸치 Jul 12. 2024

갑상선암이 내게 알려준 것들 4

갑상선암 수술 후 혹시라도 남아 있을지 모르는 미세 잔존암세포를 확인하고 치료하기 위해 저요오드식이요법을 하고 방사선치료를 받았다.


저요오드식이란 음식에 함유되어 있는 요오드를 극도로 제한하는 식단이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음식에 제한이 뒤따랐다. 우선 간이 되고 양념이 된 음식은 대부분 먹을 수 없었다. 요오드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해조류, 어패류, 모든 유제품 등은 맛도 볼 수 없었고 그나마 먹을 수 있는 고기는 하루에 120g 정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것마저도 두부나 계란과 같은 음식을 섭취하면 그 무게만큼이나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양이 줄어들었다.  이 와중에 계란은 흰자로만 하루에 1개만 먹을 수 있었고 보통 무게가 30~40g 정도였다. 두부는 하루에 최대 60g까지 먹을 수 있었고 토막으로 된 두부 하나정도에 불과했다.


계란 흰자 하나, 두부 한 토막정도가 하루에 섭취할 수 있는 최대 저요오드식에 근접했다. 채소와 과일도 종류에 따라 제한되는 것이 많았고 견과류나 과자, 빵 등도 먹을 수 없었다. 사탕이나 음료수 등도 적색인 경우에는 먹을 수 없었다.

 



암덩어리를 떼내자 상실했던 입맛이 돌아오고 식욕이 생겨 다시 한참 먹는 낙을 알게 된 것도 잠시, 엄청난 시련이 몰아닥친 것이다.


먹는 것에 대한 제한은 사람을 예민하고 성질을 더럽게 만들기 넘치도록 충분했다. 학교에서 제공되는 급식을 먹을 수 없으니 매일 점심 도시락을 챙겨가지고 다녔다. 저요오드식을 하면서 주로 먹었던 음식은 맛소금으로만 간을 한 시금치나물(시금치도 많이 먹으면 제한되는 채소 중 하나이다.), 고춧가루로 간을 한 콩나물무침, 계란 흰자, 감자볶음밥, 껍질을 제거한 사과 등이었다.  




먹는 것에 대한 제한이 뒤따르니 자연스럽게 몸무게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튀어나오던 불평불만도.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저요오드식으로 힘들어하는 딸을 위해 조금이나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싸주고 달랑 고기 몇 점을 먹더라도 딸이 제일 좋아하고 맛있게 잘 먹는 소고기 안심을 저녁마다 구워주는 엄마의 따뜻하고 다정한 큰 사랑 덕분에 불평불만으로 차올랐던 마음에 차곡차곡 감사함이 채워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저요오드식을 하면서 읽게 된 위암 4기 환자의 에세이 “사기병”도  큰 깨달음을 주었다. 저자는 위암으로 인해 위의 상당 부분을 절개한 상태였기에 음식은커녕 물조차 마음대로 마시기 힘들었고 편하게 누워서 자지도 못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지만 이 책을 읽으니 저요오드식으로 인해 비록 제한된 음식은 많았지만 그중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저요오드식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요오드식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진 않다. 너무 견디기 힘든 과정이니까.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 겪었던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렇지만 평범했던 일상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 감사하고 감사했다는 것을, 익숙하고 익숙했던 존재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소중한 존재였음을. 그 순간순간 놓치지 않고 깨닫고 느낄 수 있었음에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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