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나에게 조금 솔직해져 볼래.
제가 초등학교를 다닐 땐 학교에서 자주 내주던 숙제가 있었습니다.
"집에 가면 부모님에게 가훈이 뭔지 여쭤보세요."
어릴 적이라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저희 집 가훈은 물어볼 때마다 두 가지 중 하나가 무작위로 나왔어요. 착하게 살 자와 거짓말 치지 말자였습니다. 착하게 사는 건 나쁘게 살진 않을 거니까 어렵지 않아 보였죠. 하지만 살다 보면 거짓말은 해야 할 때가 꼭 생기기 마련이더라고요. (아, 거짓말을 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한다면 착하게 살기의 가훈도 꾸준히 지키긴 어려울 것 같네요.)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타인을 위해.
아직 마음은 어리지만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된 후부터 매일 저녁 타인을 위한 거짓말을 합니다.
"잘 지내고 있지?"
독립하여 집 밖에서 지낸 지 5년 안팎. 그 시간 동안 매 저녁마다 부모님에게 안부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잘 지내고 있을 때가 많긴 하지만 때로는 잘 못 지내고 있을 기간이 길 때가 있죠. 항상 마음의 방어벽을 간신히 유지하다가도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습니다. 가슴을 넘어 명치 쪽에는 먹먹함이, 목구멍 언저리까지는 힘들다는 말이, 눈시울엔 눈물이 차오릅니다.
"그럼요. 잘 지내고 있죠."
지금도 저희 집의 가훈이 '거짓말을 하지 말자.'로 되어 있다면 저는 가훈을 자주 어기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당신께서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늘 거짓말을 해야 합니다. 혹시 그 거짓말이 아주 일찍 들통난 상태라고 해도 말이죠. 이렇게 매저녁마다 타인을 위한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위한 거짓말도 밥먹듯이 하고 있죠.
너무 힘들어 지칠 것 같음에도 아직 버틸 수 있다고 더 할 수 있다고, 달리다가 넘어졌을 때 사실 잠시 누워있어도 됨에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계속 이렇게 지내다 보니 이제는 제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진실 혹은 거짓을 계속 가리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 우울이라는 곰팡이가 피어있더군요.
꼭 마음을 강하게 먹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요즘 제가 느끼는 사회적 분위기입니다.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면 안 되는 사회 말이죠. 그러다 보니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내용의 책들이 유행인가 봅니다.
가끔은 거짓말을 멈추고 솔직한 자신을 마주하는 것도 필요한 듯합니다.
'난 지금 힘든 게 맞아. 쉬어야 해.'
여러분의 몸과 마음은 여러분만이 통제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여러분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는 스스로에 대한 거짓말은 아주 잠깐만이라도 멈추는 게 어떠실지요.
아, 마지막으로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혹시 자신에게 "열심히 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라고 말하며 계속 거짓말을 하고 계신가요?
그건 거짓말이 아닌 진실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열심히, 잘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아무리 잘하고 있어도 쉼은 꼭 필요하다는 걸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