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뭐가 맨날 그렇게 미안해...

사랑이란 뭔지.

by 비나리

무더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올 무렵, 가을이 얼굴을 빼꼼 내밀기도 전에 겨울이 발을 성큼 내디뎠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따듯한 온기에 한 없이 너그러워진다. 그 때문인지 어떤 온기든 몸과 마음 깊숙한 곳까지 사무치고 있다. 하필 이럴 때. 너무 방심한 사이 온기를 넘어선 뜨거움이 밀어닥칠 때가 있다. 사랑이란 평소에 잘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마음에 화상을 입힌다.


어릴 땐 어른이 주시는 것을 받는 게 예의라고 배웠다. 그래서 예의를 위해 받았다. 하지만 받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할 때도 많았다.


"한 입만 먹고 가!"


겨우 그 한 입이 어찌나 먹기 싫던지. 매일 아침마다 어머니와 싸웠던 기억이 난다. 아침에는 밥이 잘 안 넘어간다던가, 먹으면 배가 아프다던가 진짜로 그래서였는지 아니면 그냥 먹기 싫어서 댄 핑계였는지 지금 와선 잘 모르겠다. 그깟 밥 한 입 맛있게 먹고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때 숟가락 위에 있었던 건 그저 반찬이 얹힌 밥 뭉치였다. 항상 먹기 싫었지만 억지로 입 안에 넣고 나갔다. 어머니가 주시던 밥을 궁시렁거리지 않고 다 먹고 나갔다면 지금보다 키가 조금 더 커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세월이 흘러 누군가 주는 밥이 아니라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밥을 챙겨줘야 할 나이가 왔다. 독립해서 살고 있다가 가끔 어머니가 집으로 놀러 오실 때가 있다. 그때는 어머니가 해주는 밥은 없어서 못 먹기 때문에 허겁지겁 먹는다. 분명히 다 먹었는데 식탁 위에 음식이 계속 올라온다. 어머니는 도라에몽의 주방을 가지고 다니신다. 이때는 먹기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 배불러서, 너무 맛있게 다 먹어서 더 이상 못 먹겠다고 말한다.


"엄마가 못해줘서 미안해."


요즘 들어 어머니가 자주 하는 말씀이다. 뭐가 그렇게 미안한지 계속 미안하다고 하신다. 난 너무 많은 걸 받았는데, 오히려 지금 더 드리고 싶어도 못 드리는 상황인데.

"엄마가 못해준 게 뭐가 있어. 엄마가 잘 키워준 덕에 이렇게 건강하게 크고 일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데."


"그래도..."


사랑이란 도대체 뭘까 생각한다. 그러다가 어릴 적 억지로 먹고 가던 그 한 숟갈을 다시 떠올린다. 그 숟가락 위에는 어떻게 쌓았는지 완전식품 부럽지 않게 온갖 반찬들이 다 밥 위에 올려져 있었고 밥알 사이에도 콩자반이며 멸치 볶음이 박혀있었다. 주고 싶어도 다 주고 싶어도, 한없이 주기만 해도 그래도 주고 싶은 게 사랑인 건지.


어리다는 이유로 받기만 했던 사랑을 어른이라는 이유로 돌려드릴 수 있는 나이가 됐다. 나름대로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려고 하는데 부모의 사랑을 다 갚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것 같다. 그 불가능 때문에 오늘도 마음속으로 울고, 마음속으로 우는지 알았더니 눈물을 흘리며 엉엉 울고 있다. 너무 뜨겁다. 이후엔 마음속 수도꼭지를 꼭 잠그고 어머니를 마주한다. 그럴 때면 또 그러신다.


"엄마가 못해줘서 미안해."


미쳐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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