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나면 머뭇거렸던 남편은 가만두지 않으리!!!"
남편과 아버님이 입원해 계신 병원을 다녀오던 길, 문득 아이를 낳던 시절이 떠올랐다. 그날의 기억은 남편 친구 덕분에 시작되었지만, 그 얘기를 하기 전 먼저 출산 이야기부터 꺼내야겠다.
나는 임신 기간 내내, 거의 9개월 동안 심한 입덧에 시달렸다. 냄새도, 기름진 것도, 매운 것도 전부 견딜 수 없어서 제한된 식단에 의존해 살았다. 그러다 보니 사무직이었음에도 임신 전보다 체중이 줄었고, 아이 역시 잘 크지 않았다.
어느 날 진료 중 담당 교수님이 물으셨다. “혹시 산모님 육체노동 하세요? ^^ 아이도 별로 안 크고, 산모님 살이 계속 빠지네요.” 그 말에 괜히 민망해졌던 기억이 있다.
8개월 차엔 조산기가 와서 일주일간 입원했는데, 병상에 누워 꼼짝 못하고 지내는 동안 아이 체중이 쑥 자랐다. 예정일보다 2주 먼저 태어났는데도, 평균보다 큰 아이였다.
드디어 출산 당일, 저녁부터 무통 주사를 맞자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집에서 대기 중이던 담당 교수님이 아무리 기다려도 기척이 없어서 병원으로 전화해 상황을 들으시곤 새벽에 부랴부랴 출근하셨다. 그분이 도착하자마자 내진 후 하신 말씀은 두 가지였다. 1. 무통 주사를 더는 사용할 수 없다. 2. 산모 골반이 작아 자연 분만은 어렵다. 제왕절개로 진행해야 한다.
교수님은 바로 수술할 수 있게 스크럽된 수술실을 잡아두셨지만... 결정을 못 내리는 남편이 머뭇거리는 사이, 수술실은 다른 환자에게 먼저 배정되고 말았다. 무통 효과가 사라지자, 나는 눈이 뒤집힐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 순간 다짐했다. “아이만 무사히 낳고 나면, 남편은 가만두지 않겠다!!!”
수술실 안, 아직도 잊히지 않는 목소리. 배를 가른 후 간호사가 말했다. “아기가 배에 꽉 찼어. 키 진짜 크다. 딸인데 엄마 안 닮았어.” 아니, 이게 다 들리는 산모한테 할 말인가? 약간 어이가 없었지만, 수술 결정도 못 하고 눈치만 보던 남편에 비하면 귀여운 소리였다.
아기를 꺼내는 순간, ‘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그 소리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검진 때 말했던 예상 체중은 3.4kg.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나는, 출산 후 3.98kg이라는 수치를 듣고 깜짝 놀랐다.
좁은 골반이 버거웠는지, 우리 딸은 세상으로 빨리 탈출하려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태어날 때부터 키는 상위 1%였다. 이때만 해도… 이 아이와 내가 곧 사춘기 전쟁을 치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이미 좁은 자궁부터 스트레스 만땅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