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랑귀 엄마의 분유 사건

타인의 말에 휘둘렸던 나, 그리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소아비만이 될 수도 있겠는데?" 그 한 마디에 내 육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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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 친정에 가서 지낸지 얼마 안되어 아이를 본 아는 소아과 간호사가 이런 이야기를 지나가듯 말했다. 좀 마른 편의 체형인 나는 그 이야기를 듣자 충격을 받았다. 상위 1%의 키로 쑥쑥 자라던 아이는 백일이 지나자 몸무게가 많이 늘었고, 허리디스크 협착증을 갖고 있던 내 허리는 아기띠를 하면서 통증에 시달렸고, 수술 후 자세가 틀어지는 등 말썽이었다. 딸아이라 체형에 대해 늘 신경 쓰였던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을 고민하다 아이의 분유를 좀 연하게 타기 시작했다. 싱거워서 맛이 없을텐데 염려를 하면서도 정말 소아비만이 될까봐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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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순간] 그러던 어느 날 외할머니를 뵈러 왔던 대학병원 간호사 출신의 막내이모가 아이를 보러 오셔서 하는 말씀이 어젯밤에 꿈을 꾸는데 '아이가 배가 고프다고 하더라'는 거였다. 혹시 먹는 양을 줄였냐는 말씀에 뜨끔했다. 부끄러웠지만 이모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런 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아이 분유의 양을 줄였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그럴 필요 없다고 하셨다. 성장하는 시기이고 이모가 보기엔 괜찮다며 아이 분유 양을 줄이지 말고 원래 먹는만큼 주도록, 잘 먹는 아이가 잘 큰다면서 말이다. 나의 어리석음에 할 말을 잃었고, 분유를 연하게 타는 바보 같은 일은 그만뒀다. 많이 먹이고 잘 놀아주겠다고 다짐했지만 후자는 쉽지 않았다.^^


[엄마의 고백] "OO야, 미안해. 엄마가 잠시 너에게 맛없는 분유를 줬어. 두려움이 앞섰던 나는 그게 부메랑처럼 '엄마가 관리 못해줌'이 나를 향해 돌아오는 화살이 될까봐 무서웠어. 너를 다그치고 혼내며 외롭게 했던 시간들을 되돌리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오늘의 반성] 지금 아이는 날씬하고 키도 크다. 언제 소아비만을 염려했나 싶을만큼... 아이를 키우는 당시에는 주변의 이야기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나를 자주 만났다. 아마도 내가 명확한 양육철학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해주는 이야기가 내 아이에게 꼭 맞는 것도 아니었는데 확신이 없었던 나는 팔랑귀처럼 행동했다.


내가 생각한 기준으로 아이를 키우니 나도 아이도 참 힘들었다. 아이의 생각을 물어봐주고, 의견을 존중해주며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했는데 그 시간을 내 마음대로 스킵하니 사춘기에 와서 관계 맺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깨달은 것에 감사하며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은 마음에서 내려놓고 앞으로의 시간을 잘 보내보리라 오늘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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