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나 되어야 잠드는 손녀
아이가 어렸을 때 친정은 전원주택이었다. 마당 한쪽에는 오디나무가 있고, 조카와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소나무도 심었다.
엄마는 예전부터 저녁 10시 전에 불을 끄고, 새벽 3~4시면 하루를 시작하셨다.
나도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함께 살아서인지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당연히 우리 딸도 조용한 환경에서 일찍 잠드는 아이였다.
그날은 내가 평소보다 좀 일찍 새벽 5시쯤 눈을 떴다. 그런데 옆에 자던 아이가 보이지 않았다. 놀란 마음에 엄마 방으로 가니, 범보의자에 앉아 헤드폰을 낀 딸이 할머니와 깔깔대며 노는 모습이 보였다.
"엄마, 제발 이러지 마세요. 서울 가면 저는 이 시간에 못 놀아줘요ㅠㅠ."
그때는 당황해서 그렇게 말했지만, 나중에서야 알았다. 아이는 내가 모르는 새벽마다 할머니와 함께 놀았다는 사실을... 잠든 엄마 대신 깨어 있는 할머니가 데리고 나가 놀아주던, 그 소중한 순간들이 있었다.
세월이 흘러도 엄마의 생활 패턴은 그대로다. 하지만 7시면 잠들던 딸은 이제 새벽 1~2시가 되어야 겨우 잠든다. 아마도 사춘기 호르몬의 영향이리라.
그 시절, 아이와 함께 일찍 잠들었던 나는 육아휴직 복귀 전 3킬로가 자연스럽게 빠지며 출산 전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같이 자느라 저녁을 거르는 날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춘기 딸의 늦은 잠버릇 때문에 남편의 수면 패턴이 완전히 깨졌다. 잠귀가 유난히 밝은 남편은 아이의 작은 뒤척임에도 쉽게 깬다. 하긴 나도 깊이 자는 편은 아니지만 말이다.
‘일찍 자라’는 잔소리를 이미 포기한 나와 달리, 남편은 아직도 매일 시도 중이다. "오늘은 꼭 12시 전에 자자"라는 말이 다음 날이면 또 리셋된다.
남편이 언제쯤 그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을 수 있을까?^^
아마도 그날이 오면, 우리 집도 조금은 조용한 밤이 되겠지...
그리고 나는 그 조용한 밤 속에서, 새벽의 웃음소리를 오래도록 기억하며 잠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