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의 가출=엄마의 인내심 테스트

사춘기의 또다른 이름

이 시기는 아이의 성장기이자,
부모의 생존기다.


공부 열심히 하는 착한 아이는
다 건너건너 남의 자식이다.^^

얼마 전, 연세대에서 장학증서를 받은 예쁜 친구가
우리 딸을 보고싶어한다며 연락이 왔다.
'연대 구경도 시켜주고 싶다'는 말에
지인과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약속 장소로 나가기 전부터
폭풍 전야의 기운이 감돌았다.

“입을 흰색 이너티가 없어!”

그 한마디로 시작된 짜증은
순식간에 폭풍급으로 번졌다.
몇 장을 당장 사달라며 요구하는 딸,
그날따라 내 컨디션도 영 아니었다.

받아줄 수도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지금은 안 돼!’가 튀어나왔다. 결국 둘 다 폭발했다.


딸은 아빠에게 “연대 앞까지 데려다 줘.”

그런데 차 안에서 엄마에게 짜증섞인 말투를 들은 아빠에게 한 소리 듣더니 바로 선언했다.

“안 갈래.”

그래서 나도 화가 나서 차에서 내렸다.
“그럼 알아서 해.”

오늘도 평정심 테스트 불합격!!!


연대 안 스타벅스에서 언니를 만났더니
“왜 안 데리고 왔어? 내가 전화해볼게.”

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딸은 받지 않았다.

이미 집으로 돌아가며 울고 있었나보다.
집에 가며 또 아빠에게 혼난 뒤였다.

문자로 "눈이 부어서 나갈 수 없어.
이모한테 죄송하다고 전해주고
그리고… 엄마가 해결해.”

문자에 나는 잠시
커피를 내려놓았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괜찮아~~ 내가 니네딸 하루이틀봤니?곧 니딸로 돌아올테니 걱정마!"

결국 언니와 언니네 딸이
“그럼 집에 가서 데리고 나오자.”

그래서 우리는 다시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는 이미 낮잠 모드.
한숨 자고 나니, 신기하게도
기분이 풀렸는지 다시 나올 준비를 했다.

그때 언니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지금은 이성이 가출한 시기야.
이성적으로 설득해봐야 소용없어.
적당한 건 받아줘.
지금은 치매 걸린 부모한테
‘이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거랑 똑같아.
다 한때야. ‘중학교 때 다하자’ 하고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보내. 고2, 고3 때 사춘기 오면 진짜 답 없어. 알았지?”


듣는 순간, 고개는 끄덕였는데
가슴은 거부했다.

맞는 말인데… 너무 억울하다.
왜 내가 늘 참아야 하고,
늘 받아줘야 하고,
늘 평정심을 지켜야 하는 건지...

나는 매일, 이 이상한 줄다리기를 한다.

한쪽엔 사춘기, 한쪽엔 내 평정심.
결과는… 매번 내가 진다.

지는 싸움은 안하는거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는데...

매일 지는 싸움을 이기려고 아등바등거리는 내가 싫다.


진짜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 시기가 내년이면 정말 끝난다고...
그렇게 말해줬으면 좋겠다.

사춘기 아이를 키운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배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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