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리셋되는 우리 사이

사춘기는 아이만의 폭풍이 아니었다.

매일 리셋되는 게, 아이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사춘기가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매일 살얼음판을 걷듯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아이의 감정에 휘둘리다 보니, 정작 내 마음을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

나 역시 누군가의 잔소리가 짜증스럽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그걸 까맣게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싶다.


며칠 전, 엔하이픈 콘서트를 다녀온 딸은 세상 행복한 얼굴이었다.
“2킬로나 빠졌어. 내년엔 주말로만 3일을 가야겠어!”
그 말에 웃음이 나왔지만, 한편으론 기가 막혔다.

아이가 어릴 땐 함께 영화 보고, 밥을 먹고, 카페 가는 시간이 세상 제일 즐거웠는데...
이젠 부모와 함께하는 일엔 도통 흥미를 잃었다.
이제는 자기만의 세계를 찾아가는 중이겠지.


문득 생각했다.
지금 내 아이의 모습이, 그 시절의 나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났을까?
성인인 나조차도 피곤하고 귀찮아서 일을 내일로 미룰 때가 있다.
다만 우리는 ‘사회인’이라 책임감으로 버티지만,
중학생에게 그런 걸 바라기엔 아직 이르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걸으며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혹시 내 표정, 내 말투, 내 조급함이
아이에게 또 하나의 피로로 다가가는 건 아닐까.


딸은 오늘도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과 시간을 보낸다.
그 열정이 언젠가 다른 무언가로 옮겨가길 바라며,
나는 다만 그 곁에서 조용히 기다려보려 한다.


사춘기란 아이의 독립을 연습시키는 시기이자,
부모에게는 내려놓는 연습의 시간이다.
아이의 사춘기가 끝날 무렵,
나도 조금은 더 단단해진 어른으로 서 있기를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성의 가출=엄마의 인내심 테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