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도 연습이 필요한 법
역시 뭐든지 처음이 가장 어렵다.
몇 번 밀리고 나니 좀처럼 설득할 포인트가 약해졌다.
전투력이 만렙인 딸을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게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를 신념처럼 갖고 살아온 나에겐 꽤나 큰 난관이었다.
상대는 바로... 무대뽀 사춘기!!!
그런데 롯데월드 팬미팅 사건 이후,
의외로 나는 작은 자신감 하나를 얻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고,
감정을 걷어낸 채 의견만 정확하게 전달하는 연습.
이게 나를 살렸다.
물론, 언제 또 기습적으로 나올지 모르니
겸손한 마음으로 감정 관리에 체력을 모아두는 중이다.
오늘의 미션은 티빙 결제 요청이었다.
“나 티빙 결제해줘. 두 달째 안 했어.”
“티빙은 네 돈으로 하는 거야.
엄마 아빠는 보지 않는 서비스고,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
이걸 말로 하지 않고 문자로 전달하니,
흥분의 ‘ㅎ’자도 내보낼 필요가 없었다.
잠시 후 또 나와서 이야기했지만
내 반응이 단호·차분 그 자체라서인지
더는 밀어붙이지 않았다.
서로의 위치에서
적절한 선을 찾아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다음 기회를 노리는 걸까.
솔직히 알 수 없다.
아마 여행을 앞두고 있어서
괜히 분위기 흐릴까 조심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어제처럼 가면, 정말 여행 취소할 분위기였으니까...
그래도 인정해야 한다.
그동안 서비스 현장에서 만났던 그 어떤 고객보다도 역대급으로 까다롭고
감정적인 힘듦이 고스란히 와서 박히는 고객이 내부고객이다...
이 고객만 잘 넘기면 나는 어떤 고객을 만나도 괜찮을 것 같다. ㅎㅎㅎㅎ
사춘기 아이를 키웠고, 키우는 모든 부모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그땐 그랬지~” 하고 웃으며 말할 날이 오겠지하고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거절은 아이를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경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