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대충, 여행은 진심…

사춘기 딸과 보낸 오사카 Day1

오사카에 도착은 잘했다.

그런데 아… QR코드를 등록 안 한 걸 그제야 깨달았다.
요즘 너무 바쁘고 ‘이번엔 그냥 쉬자’는 마음으로 여행 준비를 대충 했던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

종일 길을 찾고, 구글맵은 또 말썽을 부리고,

결국 2만 7천 보를 걸었다.
왼쪽 발목은 시큰거리고 허리는 끊어질 것 같았다.
그동안 내가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남편과 딸은 그저 당황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아… 정말 난감했다.

오사카 시내에서 할 만한 건 거의 다 했다.
물론 딸이 가보고 싶어 하던 K-북스만 못 간 게 조금 아쉬웠지만...

도톤보리 이치란라멘... 추가하다보니

너무 비싼 라멘... 가성비가 떨어지는 선택이었다.

라멘 먹고 스타벅스에 잠시 들러 차한잔 마시고 오사카성으로 이동! 오사키 지하철 1day pass를 구입해 이것저것 해보기로 했다.


해질녘에 올려다본 오사카성은 유난히 예뻤다.
오랜만에 많이 걸은 딸은 “부모보다 못 걷겠다”며 투덜거렸다. 그래서 결국 올라갈 때는 로드 트레인을 타고, 내려올 때는 운영이 끝나서 걸어 내려와야했더니 왜 안찾아봤냐고 또 엄마탓!!


역을 찾느라 헤매다가 일본인에게 물어봤더니, 잘 모르는 걸 보니 에스파 공연을 보러 온 지방 팬인 듯했다. 그 모습이 괜히 귀여웠다. 오사카성홀에서 에스파가 공연을 하는지 다들 똑같은 부채를 들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어떤 그룹인지 몰랐지만 딸은 보더니 왜 다 똑같은 부채를 가지고 있지?하며 궁금해하다 찾으니 일본 공연이었다. 우리가 나갈때쯤되니 젊은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ㅎㅎ 한국도 일본도 아이돌로...

그리고 이동한 덴포잔 대관람차. 세계에서 제일 큰 대관람차
와… 이렇게 높았나? 갑자기 심장이 오싹했다. 바이킹 맨 끝자리에 타고 내려올 때보다 더 큰 긴장감이...
딸은 꼭대기에서 움직이지 않는 관람차 때문에 식겁했다.
내가 앉은 쪽이 사진이 잘 나온다고 하니 자리 바꿨다가 살짝 흔들리자 바로 패닉 상태.
“엄마 반대편으로 가!!” 하며 등을 떠밀었는데 얼마나 귀여웠는지...
사춘기라도, 겁 많은 아이의 모습은 여전했다.
결국 나는 찍사만 실컷 하다 내려왔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이의 어릴 적 얼굴을 다시 보는 기분이었다.

다시 도톤보리로 돌아와 규카츠 대신 스시로 메뉴를 바꾸었는데, 웨이팅이 엄청났다.
배고픔을 달래려고 타코야끼를 먹으러 나왔는데… 역시 일본 타코야끼는 치트키다.
나는 ‘오늘부터 1일 1타코야끼 선언!’을 조용히 마음속으로 했다.

저녁을 먹고 나서 도톤보리 돈키호테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진짜 질릴 정도였다.
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우리는 밖에서 대기하다 계산만 해주고 나왔다.
짐이 왜 이렇게 자꾸 늘어나는지 집에 돌아오기 전날 면세로 사는 걸로 합의하고 모두 컷! 컷! 컷!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또 편의점 쇼핑...
이미 내 허리와 발목은 내 것이 아닌 느낌이었다.
대욕장을 갈 기운도 없어 포기.ㅠㅠ
'내일은 대욕장 꼭 간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사춘기 딸은 투덜대고, 나는 발목을 부여잡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의 실수와 소동들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우리가 함께 겪는 작은 난관들이 결국 추억이 되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춘기와 여행 사이, 그 밤의 작은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