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객과 불편한 동거 중

내부고객은 바라는 게 많다.
아주 많다.
매일 신상 아이템이 자동 업데이트된다.
구매해주지 않겠다고 이미 선언한 물건마저
다시 들고 와서는 “이건 그때랑 달라”라는 논리로 재도전한다.
같이 사는 한, 이 아이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주기적으로 복습 중이다.

좋은 동료가 최고의 복지라는데…
우리는 서로에게 썩 좋은 동료는 아닌 것 같다.
계속 비용을 부담하는 쪽이 나라서
내 체감 복지가 더 낮은 걸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이의 의견을 직접 물어보진 않았지만,
어쨌든 원하는 걸 얻어내는 입장에서 보면
나와 함께 사는 이 아이는
아마도 ‘not bad, but upgrade needed’쯤 느끼지 않을까 싶다.

부모가 되어봐야 철이 든다는 말은
이리저리 시달리고, 조금씩 깎여가며
사람이 단단해진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냥,
웬만한 일엔 놀라지 않게 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사춘기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갱년기 사이에서
나는 아직도 문제를 다 풀지 못한 학생처럼 불안하다.

매일 리셋되는 딸처럼 내 삶도 계속 제자리다.
학창시절, 누구보다 빨리 답안을 제출하고
시험장을 나서며 다음 시험을 생각하던 그때가 그립다.

지금의 나는
읽고 또 읽어도, 답을 쓰기보단
연필만 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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