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늘 돌아올 자리를 남겨두고 있었다.

내가 원했던 삶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행복을 떠올릴 때
가장 환하게 웃던 딸의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엄마로서 나는 충분히 웃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었을까.
되짚어보면 내가 준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추억을 안겨준 쪽은 늘 딸아이였다.

냉정하게 이성부터 앞세우는 엄마보다,
한 발 먼저 자신의 감정을 다독이며
나를 기다려주던 아이.

늘 엄마를 좋아하고 기다렸던 그 아이에게도
분명 지치고 힘든 날이 있었을 텐데
나는 그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
하루에도 수백 번씩 감정이 널을 뛰는 순간마다
나는 아이를 어떤 기준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나만의 기준과 욕심으로 가득 찬
어른의 자리에서 아이를 재단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아이는
다시 엄마를 찾았고,
짜증 섞인 말로라도 말을 걸어왔다.

어쩌면 그 방식이
아이 나름의 서툰 애정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아이를 마음에 품고
이 힘든 시간을 함께 건너갈 수 있을지
요즘 들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며칠 전 “엄마, 겨울이니까 회는 한 번 먹어야지.
아빠랑 같이 바닷가 가자. 시간내기 어려우면
둘이라도 다녀올까? 강릉 어때?”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는 이미 한 번 거절당할 가능성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럼에도 가족을 먼저 떠올리고,
그래도 안 되면
엄마 곁으로 돌아오겠다는 그 마음이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한꺼번에 가슴에 내려앉았다.

사춘기라는 이름 아래
나는 아이를 자주 밀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는 여전히, 내가 돌아갈 수 있는 자리를
조용히 남겨두고 있었는데...


이제 그 자리에 갈지 말지,

선택의 키는 조용히 내 손에 놓였다.

인생은 늘 타이밍이라지만,

이번만큼은 정답보다 마음을 먼저 따라보고 싶다.


아이의 마음을, 그 감정을

서둘러 고치기보다 조심히 다독이며,

올해는 같이 조금 더 잘 지내보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

좋은 어른이 되겠다는 다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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