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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Dec 27. 2016

랜덤 플레이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벽 5시.

아직 해가 뜨려면 2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 시간에

추운 차 안에 시동을 건다.

'오늘은 정말 출근이 하기 싫다.'라는 생각을 하며 노래를 튼다.


정말 신기하게 우울한 노래만 나온다.

마치 누가 나를 지켜보는 것처럼


내가 사는 이 세상이 그렇게 내 맘처럼 컨트롤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계획들, 내면의 고민, 무수히 했던 노력 그러한 것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내 예상을 비껴갔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했던 첫해였다.

많은 계획을 세웠고 많은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갔다.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긴 했지만 계속해서 찾아오는 슬럼프 비슷한 것들이 나를 방해했다.

어쩌면 사회초년생들은 그냥 살아내는 것만 해도 목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내가 약한 것인가,

세상이 험악했던가,

아니면 둘다였던가.


올해 초에만 해도 젊음을 누려야 할 특권이나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고

몸에 힘을 빡줬다. 한걸음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책을 읽고 공부하며 운동을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점점 의지는 약해져 갔고 많은 것들을 포기했다.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힘들었던 어떤 쉬는 날에

시화호에 있는 달 전망대를 찾아갔다.


그냥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토록 추구하는 행복이

내가 느끼는 행복인지 아니면 '내가 이렇게 하면 남들이 날 행복하게 볼 거야'에서의 행복인지


헷갈렸다.


그날 이후로 좀 더 나에게 집중하고 유연하게 내 삶을 맞이했던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은 좀 하고, 쓰고 싶은 것은 좀 쓰고,

내가 세운 철학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비율을 좀 줄였다.


그러니 표정이 밝아지고 슬럼프가 찾아와도 금방 빠져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간 시화호에서 그런 생각이 든 것은 우연이었다.

그냥 바다를 멍하니 보고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계획을 세우고 떠난 여행에서

조금만 틀어져도 왜 좀 더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못했는지 후회하며 짜증을 내는 사람이 있다.


아무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조그마한 이벤트가 벌어져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너무 많은 짐들은

여행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뭐가 더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

나의 자세가 좀 더 중요해 보인다.


방향성이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꾸는 꿈에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가는 하루하루.

그러려면 나를 좀 더 아는 하루하루가 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많고 세세한 계획도 좋지만

그 계획들을 맞이하는 진짜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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