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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11. 2017

고객센터 직원과의 통화

새집으로 이사 오면서 인터넷을 설치해야 했다.

설치 전에 인터넷 설치업체와의 통화에서 월마다 16,000원이 나오는 요금제로 선택을 했다.

그런데 인터넷을 설치하고 나니 23,000원이 나온다는 것이다. 나와 상담했던 상담사와 통화를 했다.

나는 왜 사전에 얘기했던 금액과 다르냐며 따졌다. 23,000원이 드는 것과 16,000원이 드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나와 통화했던 상담사는 추가로 30,000원을 지원해 준다고 했다.

나는 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지금 당장 30,000원을 받는 것과 몇 년 동안 23,000원의 인터넷 요금을 내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 직원은 다시 한번 알아본다고, 거듭 죄송하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갑질 비슷한 것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다시 전화가 온다면 사과를 하리라 마음먹고 전화를 기다렸다.

몇 분 후 다시 전화가 왔다. 


"회사에서 전화하기가 좀 그래서 나와서 따로 전화드립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합니다. 회사 차원에서 3만 원 지원해드리고 제 사비로 5만 원을 더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 직원은 울먹였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도 좀 서글퍼졌다. 얼마나 큰 실수를 했기에 내가 이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 망쳐놓았나. 사실 그렇게 심하게 따지진 않았는데...

 "죄송합니다. 사비는 받지 않을게요. 제가 기분을 너무 망쳐놓은 것 같네요. 그냥 회사에서 주는 돈만 받고 인터넷 이용할게요."


그 직원은 감사합니다 고객님을 3번 정도 반복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도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과 똑같은 짓을 한 것 같아서

그렇게까지 해야 돈을 벌 수 있는 이 사회가 원망스러워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생각나서


우리가 일하면서 울먹이지 않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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