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Feb 27. 2018

녹차라떼

플랜비에 대하여


아메리카노를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한겨울에도 꼭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요.

하루에 3잔까지만 마셔요.

너무 늦은 밤에는 또 커피를 마시진 않습니다.

커피를 마셔도 잠자는 것과는 관계없다는 걸 알지만 왜인지 모르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라서요.


그럴 때 꼭 시키는 게 있어요.

녹차라테입니다.

녹차에도 약간의 카페인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 정도는 

카페인에 내성이 생긴 저에게는 간의 기별도 안 가죠.


녹색과 연두색 중간에 있는 그 빛깔이 저를 조금 안정시켜줍니다.

아르바이트생이 우유로 하트라도 만들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아메리카노는 차가운 게 좋은데 녹차라테는 또 따뜻한 게 어울리는 느낌이라서 따뜻한 녹차라테만 시킵니다.


독서모임에서 녹차라테를 시켜서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든 생각이 있습니다.

왜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니면 녹차라테일까?




플랜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 아니면 안 된다고 온몸에 힘을 주어 말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그게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플랜비가 보였습니다.

차선책이라는 게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즈음에

공무원 준비를 시작하게 됐던 것 같아요.


그렇게 플랜비를 살고 있습니다.

벌써 4년 차네요.

아직 최선책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선책이 최선책이 되어가는 과정 중인 것 같아요.


인생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최애템을 만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녹차라테 같은 것들이 인생에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에이드도 마셔보고 라테도 마셔보고 질리면 허브티도 마셔보고요.


요즘 미디어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난리인 것 같습니다.

그 수많은 선택지들을 다 해보고 결정할 수 있으면 결정이 쉬울 텐데 말입니다.

그럴 시간도 돈도 없는 우리에게 녹차라테 같은 것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차선책이 다양한 삶도 나름대로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은 소망을 하나씩 지워가는 냉혹한 과정인지 모른다.

                                                            -유시민 작가-










매거진의 이전글 랜덤 플레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