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목을 매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니
30대 초반에 남자는 땀을 흘리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같은 고아원 출신 친구가 우울한 문자를 보냈었다는 것
-그 말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것
-오늘은 특히 더 이상한 문자가 왔었다는 것
-친구와 가까운 곳에 산다는 것
신고자의 진술에 따르면 같은 고아원 출신의 친구는 종종 우울하다는 문자를 보내기는 했지만
이번에 온 문자는 뭔가 달랐다고 했다.
그리 멀지 않은 친구의 집으로 찾아갔지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부동산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다.
집주인이 열쇠공을 부르는 것을 허락하자, 열쇠공을 급하게 불렀다.
그마저도 싼 열쇠공을 부르느라 지체되었다.
어렵게 따고 들어간 친구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수 사업에 쓸 명함, 선전지가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빈 컵라면 용기들은 너무나 쓸쓸했다.
신고자는 친구가 밖에 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장실만 쓰고 밖으로 찾으러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화장실에 친구가 목을 매고 있었다고 했다.
당황했지만 재빠르게 친구를 내리고 티브이에서나 보던 심폐소생술을 했다.
하지만 이미 친구는 말이 없었다.
신고자의 말을 다 듣고 나서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위로의 말? 왜 친구의 말을 무시했냐는 질책?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서 아무 말하지 않았다.
친구의 목멘 모습을 처음 본 그 친구는 앞으로 얼마나 그 트라우마에 빠져 있을 것인가.
그때 같이 있어줬더라면.... 하는 생각이 평생을 따라다니지 않을까?
누군가 힘들다고 하면 정말 힘든 것이다.
그러니 거기에 대고
"아무것도 아니다."라던지
"세상에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가지고 그러냐"
라는 말은 하지 말자.
차라리 아무 말하지 않는 편이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매거진의 제목과는 달리 사소하지 않은 글을 쓰게 되는 밤에는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