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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5년 동안 달리기를 하는 이유

by 철봉조사 이상은 Feb 21. 2025
 어떻게 그렇게 오래 달리셨어요? 달리기는 왜 시작하셨어요?


 달리기를 15년 정도 하다 보니, 질문을 받곤 한다. 최근 달리기의 열기가 더 해감에 따라 더욱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물어본다. 여기에 내가 뭔가... 멋있는 동기를 말해주어야 했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근사하지 못했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정말이지 어렸을 때는 달리기를 유독 싫어했다. 무산소 운동이나, 헬스는 그나마 하는 편이어서 운동 자체를 싫어한 것은 아니듯 하지만, 잘하지도 못했고 달리면 고통스러운 유산소는 정말 학창 시절부터 질색이었다.


 어쨌든 저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술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였다... 사실 나는 먹는 것에 큰 관심이 없다. 소식좌 같은 그런 수준은 아닌데, 입맛도 없고, 먹는 행복을 그다지 느끼지 못한다. 또 한편으로는 대학생 때부터 술만 마시면 그렇게 오바이트를 해서 음주가 별로 몸에 잘 받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회식을 하는 경우도 꽤 많은데 정말 힘들었다.

 

 그러던 차에 업무적인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모임을 위해 10km 마라톤 대회를 나가는 것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는 자체의 쾌감도 물론 나쁘지 않았지만, 그것보다 달리고 난 이후에는 술이나 음식이 그렇게 맛있었다. 운동을 한 이후라서 술자리도 즐겁고, 당연히 오바이트(토)도 하지 않았다.


 실제로 달리기는 상당히 소화 효과가 있다. 당연히 칼로를 소모하면서 수분을 배출하고 몸에 열을 내면서 탄수화물을 상당히 많이 필요로 하게 된다. 음식과 수분을 모두 필요로 하는 것이다. ‘토’와의 연관성은 솔직히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무래도 달리기를 하면 건강해지니 내장도 강화되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싶다.


 달리기를 하고 나는 여러 측면에서 무적이 되었다. 문제는 술이 강해지니... 술자리도 많아지고, 갈 때까지 가다 보니 사고도 많이 치고(?) 꼭 긍정적인 것만 많아진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물론 반성도 많이 했다. 그래서 꼭 술 때문에 달리기를 계속 이어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운동은 참 단순하다. 특별한 준비물이 많이 필요 없다. 물론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정말 살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지만, 처음 달리기를 시작함에 있어서 '운동화' 하나만 있어주면 된다. 하는 만큼만 하고, 힘들면 집으로 들어오면 된다. 큰 악조건의 날씨가 아니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다. 은근히 초심자는 30분 이내로만 뛰어도 힘들기 때문에  운동 시간도 효율성이 있다.


 운동 효과도 매우 높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종목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기분 나빠하실 수 있지만... 같은 시간이면, 자전거나, 인라인 같은 운동보다 훨씬 효과가 클 것이다. 심지어 테니스나, 탁구, 축구 같이 짝을 짓거나 팀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와 약속을 잡을 필요도 없다. 내가 마음이 내킬 때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운동 방식이 나와 참 잘 맞았다. 


 달리기가 다른 무엇보다 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이유는 마라톤 대회를 통해 아내를 만났다는 것이다.


 2014년 뉴발** 대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 아내는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아니었고, 직장 동료들끼리 한 번 달리기 모임 약속을 잡았다가 얼떨결에 대회까지 나가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아내는 그 대회를 나간 것을 후회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매번 살을 빼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지금도 달리기는 절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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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문제(?)의 뉴**스 마라톤 대회


 아내에게 반한 기억도 내가 한창 마라톤 대회를 나가 메달을 모을 때, 술을 먹고 널 부러트린 메달을 아내가 정갈하게 잘 정리를 해주는 모습이 기억이 난다. 그래서 그 모습에 결혼을 결심했다. 달리기로 만든 인연으로 지금은 아들이 둘이나 있고, 요즘 같은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시대에 달리기 대회가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정말 달리기는 국가적으로 적극 장려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달리기를 계속 지속하는 이유의 본질은 '행복'이라고 본다. 행복과 관련한 연구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을 보면 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일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라고 한다. 달리기로 나의 식욕을 높여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나에게 있어 달리기라는 것을 계속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15년이나 '내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의 답변을 정정하려고 한다.

 술 말고 조금 더 분명한 내 삶 차원의 이유를 말해야겠다.


 달리기는 나의 '행복의 기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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