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편) 다시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목표한 달리기 기록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치는 어느 정도 일까?
사실 동호인의 수준에서도 기록 달성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훈련 량의 기준이 정해져 있다. 최소 서브 4에 들어가려고 한다면 한 달에 150km, 그러니까 주에 35km 넘게(약 하루 5km 이상) 달려줘야 한다. 너무 많다고 느끼는가? 서브 4의 경험이 없는 러너라면 이건 거의 최소 수치이다. 이 정도조차도 뛰지 않는다면 실제 대회 때 지옥을 맛볼 것이다.
서울대학교 황농문 교수의 도서 <몰입>에서는 운동의 중요성을 상당히 많이 언급한다. 그중 마라톤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마라톤은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초인적 운동 같지만 적절한 훈련만 거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아주 적절한 설명이다.
정말 마라톤이라는 운동은 정말 신기하다. 42.195km라는 거리를 보면 도저히 상상이 안되고 도전할 엄두가 안 나지만, 일정한 훈련법을 가지고 꾸준히 해나가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기록의 수준이 문제인거지 완주하는 자체는 그 사람이 꼭 특별해서만은 아니다.
어쨌든, 서브 4 내에서 어느 정도 기록을 상승하려면 월 200km 혹은 그 이상을 뛰어야 한다(주당 50km, 하루 평균 약 7km). 만약 싱글과 서브 3을 도전하는 러너라면 월 300km는 필수이다. 다소 운동능력과 경험의 차이는 있지만 이 300km이라는 숫자는 거의 고정된 불문율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체계적인 근거까지는 제시할 수는 없지만... 주변의 러너들에게 보고 들은 경험치에 의한 수치이다. 내가 봤을 때는 서브 3 도전자에게 300km의 누적 거리는 거의 과학이다(성인 남성 기준). 이 또한 최소치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그럼 생각할 수 있다. “간단하네 그냥 단순히 많이 달리면 되잖아?”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는데, 정말 그것은 모르는 소리다. 나도 솔직히 월 300km 이상을 달린 적이 거의 없다. 훈련량을 채우기 어려운 이유의 첫째는 절대적인 운동 시간의 부족이다. 바쁜 일상의 성인이 심지어 나처럼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는 체력을 떠나 이 정도의 시간을 빼는 것 자체가 어렵다. 단순 산술로만 따져도 주에 70~80km를 달려야 하고, 하루 10킬로 미터 이상의 거리다. 대략 한 시간 만에 달린다고 해도 월 30시간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
둘째는 준비와 정비를 포함한 제반 시간까지 내야 한다. 순수한 운동 시간만 30시간이라는 거지, 운동을 한다는 것은 모름지기 준비가 필요하다. 운동장소까지 가는 시간, 준비운동 시간, 옷을 갈아입고 샤워를 하는 등의 제반 시간을 합치면 약 저기에 2배는 더 사용한다. 그러면 최소 60시간을 쓰는 것인데, 한 달에 2.5일을 온전히 달리기에만 투여하는 것이다. 만약 동호회 활동까지 해서 교류를 하거나 뭔가 역할을 한다면 최소 3~4일은 빠지게 된다. 그렇게 달리기만 할 수 있는 일반 성인이 몇 명이나 될까?
셋째 이것이 가장 중요한 건데,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부상이 발생한다. 나름 체계적으로 훈련양을 올려야 한다. 갑자기 무리를 하게 되면 여지없이 탈이 난다. 부상으로 사그라져 든 러너가 얼마나 많은지 모를 것이다. 달리기에 있어서 무리는 절대 금물이다. 양을 늘린다는 것은 누적거리(km) 뿐만이 아니라 페이스도 해당된다. 빠르게 달리면 그만큼 몸에 무리가 더 심해진다. 웜과 쿨다운 등 다양한 훈련법과 준비운동까지 알아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쨌든 이렇게 그럴싸하게 알면 뭐 하나? 나는 이렇게 되었는데... 지금 나의 싱글의 꿈은 이미 멀어져 버렸다. 하지만 다행일지도 모른다. 정말 말 그대로 진짜 가정에서 싱글이 될 뻔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중단한 것이 어떻게 보면 좋은 계기가 된 듯하다. 앞으로는 싱글을 꿈꾸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이제 다시는 무리해서 뛰지 않는다는 러너의 거짓말은 정말 믿을게 못된다는 사실을...
하지만 매번 나는 생각한다. 그 목표가 비록 싱글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시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질주하는 나의 모습을 그려본다.
예전, 나의 꿈은 싱글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