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달리는 방법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 난 나가리인가...
아아... 이러면 완전히 나가리인데...?
저렴한 시작이지만 국어사전에 나가리라는 표현이 있다. 영화 신세계 강 과장(최민식)의 명대사이기도 하다.
나가리(고려대한국어대사전):
1. 화투에서 이긴 사람이 없어 판이 무산된 것을 이르는 말.
2. 계획이나 약속이 깨지거나 중단되어 무산되었을 때를 속되게 이르는 말.
일단 시즌아웃(season-out)은 스포츠 선수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시즌의 잔여 경기를 치르지 못하는 용어이다. 올해 달리기 왜이런가 싶다. 마라톤 기록 목표는 철저히 실패해서 정신 수양 중인데... 이번에 발목 부상이라니... 특별한 부상 포인트나 삐끗함이 전혀 없었는데... 마치 접질린 것처럼 다리가 아팠다. 잠을 자는 중에도 느껴지는 발목의 아픔이 예사롭지 않다. 운동을 하다 보면 몸의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아픔은 확실히 느껴진다.
정형외과 전문의 남혁우 선생님의 저서 <달리기의 모든 것> 은 러너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의학적인 내용과 함께 풀어준다. 왜 달리는가? 왜 사는가? 행복이 무엇인가? 에 대한 지점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달리기 부상에 대해서 신체 부위별로 잘 설명이 되어있다. 부상에 대한 거의 바이블 같은 책이라고 감히 추천하고 싶다. 어쨌든 이 책에서 이러한 나의 증상은 '족관절염좌'라고 한다. 그중 외측염좌가 의심된다.
하.. 나가린데...
사실 나는 부상이 거의 없는 러너이다... 10년을 넘게 뛰면서 몸에 좀 인이 박힌 것도 있고, 달리기 경험 초반에 나름 큰 부상이 있었어서, 계획적으로나 본능적인 나만의 위험 회피 능력이 있다. 설사 아파서 달리기를 쉬는 것은 상상하기도 싫다. 러너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달리지 못하는 고통은 세상 어디에도 비할바가 아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억울하다. 대부분의 부상은 몸이 무리를 해야지 생긴다. 그러나 나 같은 가정이 나름 평화로운(?) 어린 자녀가 있는 육아대디는 열심히 달리기를 하기 어렵다... 그래서 몸이 큰 무리가 될 일을 하지 않았다. 이번 부상은 정말 어이가 없는 것이, 뭘 했어야지 억울하지나 않지... 안 뛰니까 오히려 다리가 아픈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다. 왜 아픈지 솔직히 원인도 모른다.
굳이 생각나는 지점은 겨울철 훈련법이 잘못되었다는 정도이다. 달리기는 특히 마라톤은 반전이 적은 노력의 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법이나 패턴이 전체적으로 정해져 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여름 훈련 시간은 짧게, 페이스는 빠르게 뛰어라.
2. 겨울 훈련 시 페이스는 천천히, 시간을 길게 뛰어라(LSD - Long Slow Distance).
3. 장거리는 대부분 많이 뛰는 사람이 잘 뛴다.
4. 부상의 대부분의 원인은 자신의 몸이 견디지 못하는 무리한 훈련 때문이다.
나는 시간이 없다. 도저히 낼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잘 뛰고 싶다(도둑놈 심보).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겨울철에도 짧은 시간을 투여하되, 빨리 뛰는 훈련법을 택해왔다. 겨울은 낮은 기온으로 인해 근육이 잘 활성화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인대와 관절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페이스를 천천히 길게 뛰어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원칙이다. 알면서도 원칙을 무시하니 잘 될 턱이 있나. 하지만 대안도 없다. 결국은 몸의 무리가 오늘의 상황을 만든 것이 아닐까...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쉬어야 한다. 그걸 누가 모르나, 하지만 이미 달리기라는 도파민에 중독된 러너는 그것이 어렵다. 그래서 부정적이던, 긍정적이던 중독은 무섭다. 어쨌든 아픔에도 불구하고 뛰어야 한다면, 경험상의 나의 사례를 통해 또 요약정리 해 본다.
1. 돈이 많고(?), 시간이 있으면 정형외과를 가라. 한의원도 좋다.
2. 파스는 아무 소용이 없다(안 비싼 돈 낭비, 냄새는 덤).
3. 파스를 살 바에는 테이핑을 해라. 운동이 가능해지며, 치료효과도 있다. 방법은 일단 인터넷을 참고해라.
4. 먹는 약은 꽤 효과가 있다.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를 먹으면 된다. 파스 따위보다 훨씬 낫다.
실력도 없고, 비전문가이지만 12년 차 러너의 경험을 토대로 작성했으니,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 내 스타일대로 막 풀어썼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마라톤 온라인' 사이트의 내용에 기반하여 작성하여 나름 근거 있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올해 목표 달리기 누적거리 2,200km 넘겼다. 시즌 아웃 위기지만, 나름 노력은 했다고 생각한다. 아프지만 눈 오는 날 잘 뛰었다. 완전 아웃이 될 때까지는 나를 멈출 수는 없으니 말리지 말아 주세요.
그래도 결론은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