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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봉조사 이상은 Dec 31. 2023

자녀교육 파어어족? 몰래 부모 은퇴를 선언하다!

도서 '아이가 최고의 스승이었다'를 읽고 나서

사회복지사가 왜 그래?


 무적의 논리가 공격해 왔다. 공인은 사회적 책임이 무겁다. 정치, 고위공직자는 물론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은 높은 도덕적 기준이 적용된다. 뭐 그들은 여러 가지 의미로 잘(?) 벌고 잘 나간다...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전혀 '잘'은 아닌데, 이런 무적의 속수무책 논리가 같이 적용되어 오고 있다. 심지어 방어 대안은 없다...


 각설이 길었지만, 우리 와이프가 내가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한 이야기이다. 사회복지사치고(?) 그다지 상냥하지도 않고... 거의 영화 서울의 봄 급의(아직 안 봤다..) 군대식(?) 강압적 훈육을 비난하는 표현이다. 참고로 난 두 아들의 아빠다. "원래 남자들의 세계는 그런 거다"라고 퉁치고 만다. 나 군대식 맞네...


 부모는 참 어렵다. 사실 잘 모르겠다. 누구는 아낌없이 챙겨주며 사랑해줘야 한다고 하고, 어디는 요즘 애들 너무 예뻐해서 버릇이 나빠진다고 한다. 참고로 나는 후자에 가깝다. 대체적으로 아버지가 후자이고, 어머니는 전자일 거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전자일 거고, 엄마 아빠는 후자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뭐가 맞는지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아이가 최고의 스승이었다. 처음엔 사실 제목이 그냥 그랬다. 잘 이해가 안 가고, 식상한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다 읽은 지금 다른 제목은 그다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적절한 비유가 있다. 309p "부모 됨은 우리가 영원한 학생이어야 함을 가르친다." 정말 부모는 자녀를 기르면서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를 통해 부모도 더욱 주체가 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아이는 정말 스승일 수 있겠다.


 울다가 웃었다. 책을 공저한 10명 부모의 양육 내러티브를 읽다 보면 울다가 웃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출퇴근 때는 보면 안 된다. 주책을 떨게 된다(내가 나이가 들었나 보다...). 사실 스토리는 대략 하나로 통한다.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처럼 재단하듯 자녀에게 욕심을 부려 강요하면 자녀가 엇나가고, 지켜봐 주고 믿고 지원하면 아이는 알아서 잘 큰다. "그게 다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정성 있게 진성으로 책에 울고 웃다 보면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아들이랑 책 특강을 함께 봤다가... 집중을 전혀 못하겠더라... 아이는 정말 인생의 스승이 맞다 ㅜ




 10가지 이야기의 인상 깊은 부분을 몇 줄 정리해 봤다. 

 1. 꽃은 흔들리며 핀다(김은영) 

 - 51p "엄마, 아빠 방목해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 방목이든 방치든 이제는 자기 삶을 독자생존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아들이 좋았다면 정말 다행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2. 웃는 얼굴 행복한 우리 집(배정미)

 - 79p 누가 나의 거울이 되어주겠는가. 그런데 가족이라면 조금 안심되지 않을까. 성과를 내는 조직의 조건에도 심리적 안정감이 중요하다고 한다. 

 

 3. 엄마의 기도제목(오윤희)

 - 104p 부모로서 자녀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가 생각할 때, 나는 자신의 주인이 되는 자기 주도적인 능력과 문제 해결능력이라고 여긴다. 

 

 4. 욕심을 내려놓으니 아이가 보였다(유현심)

 - 141p "누구보다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너를 내 마음대로 휘둘렀다. 정말 미안하다. 엄마를 용서해 줄 수 있겠니."


 5. 아빠의 반성문(윤영돈)

 - 156p 아이들에게는 여덟 살 이전에는 책을 많이 읽어줘야 한다. 

 - 책을 읽어주면 아이의 뇌에 '쾌락'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게 된다. 

 

 6. 기다리고, 도와주고, 믿어주기(이수미)

 - 185p 나의 의지와 상대방과의 공감행동은 결국 나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나와 주변을 좋은 모습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기다리고, 도와주고, 믿어주기'를 적극 실천하기로 한다. 

 

 7. 긍휼감이 가시를 녹이다(최수황)

 - 223p 무엇보다 가장 귀한 것은 긍휼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과 긍휼감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감성이 메말라서 적절한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랑과 긍휼감이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믿는다. 


 8. 새엄마(이은영)

 - 228p "엄마는 좋은 사회복지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엄마가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나요?" 

 - 240p 태어난 생명을 무조건 환대한다는 것은 그 생명이 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따지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 생명을 환대하고 있다. 


 9. 스스로 행복한 엄마(김정은)

 - 266p (아이는) "세상에 나가기 전에 잠시 네게 의탁하려고 찾아온 손님이려니 생각하고 늘 정성으로 보살펴 줘라."

 - 278p 그래. 제대로 딘 사랑은 원래 좀 서늘한 거 아닐까. 펄펄 끓는 뜨거운 게 진짜 사랑이라면 어떻게 그 속에서 생명인들 버티겠냐고. 적절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온도여야지. 맞아, 맞아, 원래 사랑은 그렇게 좀 미지근한 걸 거야.

 

 10. 부모는 치어리더다(전완태)

 - 302p 자녀가 자신의 고유성과 상대적 차별성을 가지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참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흥미로운 이야기로 8번의 '새엄마'에서 사회복지사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엄마는 좋은 사회복지사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엄마가 되려고 얼마나 노력했나요?" 라고 자녀가 묻더라. 하지만 다행이다... 나는 좋은 사회복지사는 아니니까. 그냥 '괜찮은(decent)' 사회복지사 정도이니... 뭐 핑계하나 찾았다.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8명이 엄마고 2명이 아빠의 글이다. 당연한 것일 수는 있는데, 엄마는 현장 실무자, 실천가 같은 느낌이고, 아빠는 행정가, 이론가 같은 관점이 보인다. 물론 아빠들이 엄마보다 별로라는 것은 아니고(설마요 저도 아빤데..), 물론 순전한 주관적 내 생각이다... 그래도 메시지를 정리하자면 "자녀를 믿고, 기다리고 응원한다!" 그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개념과 연관지을 수 있다. 왜 남을 돕고,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가. 복권에 당첨되면 우연이 얻은 행운이기에 일부 기부를 권유한다고 한다. 부모는 자신이 선택할 수 없다. 재력, 외모, 두뇌 순전히 운이 작용한다. 이 유전자 복권의 함정에 빠져 성공이 자신의 공인 양 오만해지는 순간 그 자신에게 불행이 닥쳐온다. 좋은 부모와 자녀는 자신이 얼마나 행운의 사람인지를 스스로 인정하고 사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얻어낸 당첨금 일부를 비당첨 자들도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공의로운 공동체를 위해 사용한다. 


 앞으로 나는 자녀에 대한 조건 없는 환대의 양육을 하려고 한다. 

 장점뿐만이 아니라, 단점까지 끌어 앉는 긍휼(Compassion)로 사랑하고, 재능의 다양성을 포용할 것이다. 

 부모인 나와 자녀의 인생에 있어 주체적으로 출발선상에 다시 서려고 한다.

 이를 통해 주변에 환대의 공동체를 만드는 이상(理想)에 나도 함께 달려가고 싶다.


 책을 다 보고 나서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부모로서 나의 존재이유도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에게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장 폴 사르트르의 말처럼  "아버지의 죽음은 나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 정말 없는 게 최고의 행운일까? 내 아이가 부모를 행복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오늘부터 환대의 공동체를 기억하고, 아이와 내가 주체로 서는 진성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고나서 결심했다. 자녀교육에 매달리는 부모에서 은퇴하려고 한다. 나이 40도 안되어(?) 은퇴를 하다니 진정한 파이어족이 맞는구나 싶다. 물론 오해할 수 있으니 와이프한테 너무 티는 내지 말아야겠다. SNS 친구가 아닌게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너희들을 믿을게, 그리고 도와달라고 한다면 가장 열심히 도와줄게" 


 아빠는 최소한 '괜찮은(decent)' 사회복지사이거든. 


*파이어족: 파이어 운동(FIRE movement)은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와 조기 은퇴(Retire Early)를 추구하는 삶의 방식으로, 주로 밀레니얼 세대에서 유행하기 시작하였다.
 파이어 운동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별도로 파이어족이라고 칭한다. 이들은 일생 동안 소비문화에 대한 극단적인 저항을 하며 저축을 통해 40대 전후에 조기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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