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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봉조사 이상은 Feb 12. 2024

명절 한복을 아이에게 고르게 하면 생기는 일?!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지금 입은 이게 좋아? 아니면 아까 입은 저게 좋아?


 제발 전에 입은 저거이기 바랐다... 

아이는 이거란다...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2024년 설을 맞아 한복을 구입하러 광장시장에 방문했다. 한국 나이 7살, 3살의 남자아이들을 데리고 주말 광장시장에 방문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래도 빈대떡을 사 먹을 수 있으니, 감수하고 갔다.


그리고 첫째(왼쪽)와 둘째(가운데)의 한복, 광장시장 앞에서 둘째와 인증샷!


 첫째 아이는  한복을 사겠다고 이야기했다. 뭐 한복은 다 색동이지, 싶어서 그러려니 했다. 나름대로 인터넷 평이 좋은 한복집에 가서 골라봤다. 내 아들이지만 멋있더라. 세자 같았다. "역시 전주 이 씨는(?) 다르구나."

 

 "사장님 혹시 색동 한복은 없나요?"

와이프는 아이의 취향을 존중해 확인해 주었다.


 "돌잡이 한복이 아니면 큰 아이들은 화려한 색동이 안 나와요. 나와도 인기가 없고요"


 사장님께서는 나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나도 아이가 입은 푸른 빛깔의 세자 한복이 멋져서, 그냥 고르면 될 듯했다. 아이도 사겠다고는 한다. 그런데 와이프가 아이에게 계속 되물었다.

"진짜 이거 마음에 들어?"

 재차 묻더니 와이프는 다른 곳을 둘러보고 오겠다고 했다. 사장님은 표정이 안 좋아졌다...


 어쨌든 뭐 둘러보고 올 수도 있으니... 흔치 않은 색동 마네킹이(?) 대 놓고 있는 다른 한복집에 갔다.


 있단다. '음... 설마 이걸 고를 거 아니지?'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설마 하니 아이는 입어보겠다고 한다.

순식간에 세자에서 가 되었다. 심지어 약간  같은 느낌이었다(너무 화려하다는 뜻..;;).


헉! 이거란다...

재차 아이한테 확인하여 확답을 얻고, 이 강렬한 한복을 구입해서 집으로 왔다. 

정말 우리 부부는 뜨악했지만, 그나마 이 색동 한복이 3만 원 더 싸더라는 되지도 않는 위안을 삼았다.  

험난한 인파를 뚫고, 빈대떡과 호떡을 사가지고서... 맛은 있더라...



그렇게 잊고 있다가 설 연휴 전날 아이 어린이집에서 설날 행사를 했다.

행사 사진을 원측에서 올려주었는데, 보는 순간 나의 회사 업무를 마비시켰다...


'너무 멋진데...'

시선이 강탈이더라, 

아이들의 한복이야 워낙 귀여운 법이지만,

화려한 옥동자 같은 우리 아들의 한복은 아이들과 있으니까

오리 무리 속에 공작 같았다.

엄청난 화려함에 주변을 압도했다.

또래보단 키가 조금 큰 편이라서 사진의 센터에는 잘 안 서는 아들인데...

'아이돌'의 센터가 되었다. (선생님이 세웠는지, 자신이 섰는지는 사실 모르겠다)


 퇴근 이후 우리 부부는 감탄하면서, 새삼 아이의 선택권과 주체성을 세워준 우리의 안목을 참 잘했다고 서로 평가했다. (잘되면 서로 내 덕)


우리 아들 센터 선 적은 처음이야...
스타일은 난해하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포즈~!!


 양가 부모님들도 첫째의 한복이 너무 멋지다고 해주셨다. 우리가 푸는 첫째가 한복 고른 을 듣고, 더욱 격한 공감을 보내주셨다. 일단 아이도 자신의 선택과 복장에서 오는 자신감이 넘쳤다~!


 부모 됨은 새로운 주체의 탄생이라고 한다. 부모가 되었음은 우리가 책임을 진 아이와 함께 주체로 태어남을 일깨워준다고 한다. 아이의 선택과 창의성을 성인이라는 혹은 부모라는 이유로 재단할 수는 없다. 기꺼이 아이를 향해 환대하고 믿어줄 때 가족은 참된 주체이자 도덕적 존재가 되지 않을까? [도서 (아이가 최고의 스승이었다)]


멋진 선택과 결과를 만들어준 아들과 아내에게 배웠다.


그래서 명절에 아이에게 한복을 고르면 어떤 일이 생길까?

정답은 엄청난 일이 생긴다. 최소한 우리는 그랬다.


이것은 대단한 주체의 탄생이니까!


세배 완료! 올해 스타트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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