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철봉조사 이상은 May 16. 2024

내가 너무 멀리 나갔던 것뿐이야

어떠한 것도 잘못한 선택이 아니었기에

 벌써 네 번째 병원, 그리고 네 달째 달리지 못하고 있다


 사실 얼마 전까지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내 몸을 너무 과신했던 것 같고, 그다음은 내가 너무 안일한 판단을 했다고도 생각했다. 아예 처음부터 민감하게 대응하여, 빨리 유명한 좋은 병원을 갔으면 달라졌을지 모른다는 자책도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네 달 동안 하나를 빼고는 3개는 중급 이상 규모가 크거나 소위 말하는 유명하다는 '좋은 병원'이다. 그런데 모두 전혀 내 병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원인도 모르는 것 같다. 다들 그럴싸하게 병명을 얘기하거나, 치료법을 이야기하지만, 그걸 열심히 수행하는 나를 여지없이 바보로 만들고 있다.


 재미있다. 이렇게 고치기 어려운 것인가? 뭐 그만큼 내 몸과 병이 독특한 것을 자부심으로 가져가야 할 듯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이딴 부심은 좀 버리고 싶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사람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이다.  


 그럼에도 소설에서 노인은 패배했다. 열심히 노력한 대가가, 오히려 노인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패배한 이유가 무엇이지?'라고 자신에게 묻는다.

"내가 너무 멀리 나갔던 것뿐이야"

결말은 소년과 더욱 희망찬 다음 계획을 다짐한다.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다. 패배를 미리 생각하고 중간에 그만둘 수는 없다. 그것이야 말로 진짜 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겪는 세상의 모든 순간은 고귀하고, 소중한 이벤트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른 길은 없으니, 나의 아이들을 생각해서 다음을 준비할 것이다.


나도 그냥 너무 멀리 나갔던 것뿐이야

2023년 동아마라톤의 추억


이전 07화 불교 육아 어플 아이디어 어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