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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봉조사 이상은 May 07. 2024

불교 육아 어플 아이디어 어때요?

부처님이 육아의 혁신을 불러일으키실지 모른다

부처님께 전화할게요
안 돼요. 하지 마세요!


 효과가 아주 제대로다. 의외의 강력한 반응에 흐뭇함과 함께, 다소의 마음의 짐도 덜 수 있었다. 아, 참고로 이 대화는 나와 아이들의 대화이다. 이번 주말부터 시작하게 되었고, 신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로 남겨보고자 한다.


 먼저 오해할까 봐 언급하지만 나와 우리 아내는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부모님들의 영향과 업무적인 특성으로 인해 불교에 좀 가깝게 일을 해 왔기 때문에, 다소 불교친화적인, 가깝고 좀 친숙한 편이다. 참고로 가족 여행 시 꼭 지역이 명소로 절을 들린다. 즉, 신실함보다는 관광형 불교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커면서 쉽게 훈육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우리는 굉장히 활동적이고 거친 2명의 아들인지라, 우당탕탕이 아주 일상이다. 물론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가 나름대로 열심히 육아책도 보고, 마음의 수련(?)을 하고 있어도 올라오는 화를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차에 아내가 좋은 것을 찾았는데 바로 '지옥도깨비' 영상과 '도깨비 전화' 어플이다. 설명하자면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 보여주는 것으로 도깨비가 나와서 "이놈"하면서 말을 잘 들으라고 하는 혼내는 식이다. 어플이 있어서 전화가 오면 영상과 음성으로 훈육한다. 다소 유치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이 이것을 하면 기겁을 하면서 말을 잘 듣는다.


 문제는 꽤나 잘 먹히는지라 부모가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도깨비의 모습과 표현이 거칠고 강압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너무 남발하지는 않으려고 하나...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다. 애들이 좀 난리를 쳐야지... 우리 부부도 당장 이런 도구적인 방법인 통할 수는 있으나, 장기적으로 아이의 정서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는 문제인식을 갖게 되었다. 

좀 무섭긴 하다...


 그러던 차에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에 종로 인사동을 갔는데, 세계적인 관광명소인 조계사에도 들르게 되었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이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던 차라 아이들도 호기심을 갖고 즐겁게 관광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흥분한 아이들이 엄숙한 경전에서 날뛰기 시작했다. 나름 통제는 했으나, 힘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여기까지 왔으니, 대웅전의 부처님상이라도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가니, 순간 엄청난 크기의 부처님 상을 본 아이들이 무섭다고 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름 글을 쓰는(?) 아빠인지라, 재미있는 스토리가 생각났다.


 "정휘야 부처님은 도깨비를 다스리시는 분이야."

 "뭐랄까, 만화 브레드 이발소에 브레드 사장님 같은 분이지, 윌크가 도깨비고"

 "그러니까, 말을 안 들으면 부처님께 엄마 아빠가 말할지도 몰라, 도깨비를 불러달라고"


왼쪽 브레드 사장님(부처님)고, 오른쪽 윌크 사원(도깨비)



 "안 돼요 부르지 마세요"


 급 공손해지면서 합장을 하는 우리 아들... 효과가 너무 좋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에 즐거움을 느꼈다. 생각해보니 약간 비쥬얼 적인 측면에서 부처님이 예수님이나 성모 마리아님 같은 다른 분들에 비해 아이들이 무서워 할 듯도 하다. 어쨌든 너무 아이들을 자주 놀라게는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도 해본다.

아들의 급 어두워진 표정...
아들의 급 공손한 모습들, 나중에 물어보니 다행히 조계사가 재미있었다고는 한다.


 결론적으로 나는 마음의 짐을 좀 덜었다. 도깨비를 부르지 않고, 부처님을 부르고 있다. 아무래도 좀 이미지가 좋지 않은가?


 "안 돼요. 부처님께 전화하지 말아 주세요"


  물론 긍정적이지는 않다. 아이가 놀라거나, 강압적인 것은 50보 100보 인 것을 나도 알고 있다. 너무 남발하지는 않아야겠다 생각하면서 내가 좀 죄를 덜 짓는(?) 것 같아 계속 쓰게 된다.


 요즘 불교가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고 한다. 외국은 명상과 결합하여 불교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나라는 거의 이제 할머니만 믿으시는 종교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코로나19를 지나 젊은 불교 신도들이 더욱 줄었다고 들었다. 그러니 혹시 불교 조계종이나 관련한 일을 하시는 분은 불교의 포교나 아이들의 육아를 위해 하나 불교 육아 어플을 하나 만들어주시면 좋을 듯도 하다. 


"나무아미타불, 어떤 아이가 말을 안듣느냐"

 이런식으로 부처님이 전화가 와서, 아이들에게 훈육을 해주는 것이다. "엄마 말씀 잘 들어야지?" "자꾸 이러면 도깨비 부른다?" 뭐 이렇게... 뭐 불자 집안을 위해 경전 이야기를 넣어주셔도 되고... 유튜브 영상도 제작하면 좋을 듯도 하다. 내가 생각했지만 참신하다. 상당히 마음에 들어 내가 사업하고 싶으나 불심이 크지도 않고 본업이 있는지라 저작권이나 지적재산권에 대해서 소유하지 않고, 보시하련다.

(너무 무섭게 만들면 아이들이 앞으로 불교를 싫어할 수 있으니 수위는 알아서 조절하시기 바란다...)


 내일은 좀 부처님을 조금만 불렀으면 좋겠다. 대자대비의 부처님을 너무 무서운 이미지로 만들어 죄송한 느낌도 든다. 이처럼 아이를 기르고 훈육하는 일은 신을 찾게 되는 수준의 어려움인 것 같다고 느끼게 된다. 부처님을 너무 저희 마음대로 찾는 게 맞는가 싶지만 육아는 힘든 것이니 용서해 주시리라 믿는다. 그러니,


부처님 우리 가족과 부부를 위해 부디 자비를 베푸소서



불기 2568년(2024) 5월 15일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드립니다!

대웅전 사진을 못찍었다...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사진모임두레 사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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