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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봉조사 이상은 Apr 23. 2024

봉주형 고마워, 그런데 미안해...

엄마와 아내에게 난 이것만큼은 배우지 않을 테야

아 봉주형!


 얼마 전 오랜만에 우리 봉주형의 소식을 들었다. 허리도 펴지고 많이 나아진 모습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계속 허리가 굳어가던 우리 형.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이봉주 선수의 인성이나 겸손, 선행의 이야기를 찾아보면 왜 그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감상적이지 않은 나도 눈물이 날 지경이며, 걱정되고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최근 근육긴장이상증을 찾아내 이겨낸 봉주형의 기사와 방송이 나온 것에 반가움을 감출 수 없이 기뻤다.


정말 나아져서 고마워요 봉주형.


 봉주형이 아프시기 전, 그러니까 2018년 정도쯤으로 기억한다. 마라톤 대회 때 봉주형을 직접 본 적이 있다. 부끄러워서 가서 인사나 사인 요청은 하지 않았지만, 관계자 분들과 무던하게 이야기를 나누셨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키가 크지 않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커 보이고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 참 멋졌다.


 우리나라의 모든 마라토너 혹은 러너라면 누구나 원했을 것이다. 우리 봉주형의 쾌유를, 그리고 다시 달릴 수 있기를. 인간적인 측면에서도 당연한 부분이지만, 사실... 마라톤에 있어 워낙 상징적인 인물의 건강악화는 달리기에 대한 사회적인 부정적 이미지의 영향을 준 듯하다. 러너들에게는 상당히 그동안 스트레스였을 것이다.


 달리기를 많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엄마도 가끔 나에게 이야기했다.


"야 너무 마라톤 그만해, 이봉주 봐라"


"엄마, 그게 뭔 소리야 모르는 소리 좀 마!"

 마라톤을 하면 오히려 무릎이나 관절 건강에 훨씬 좋은 사례가 얼마나 많은데... 뭐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이미 사람들은 부정적인 선입견이 제대로 박혀있을 뿐이다.


"이봉주 선수 요즘 아픈 것을 보면 마라톤이 좋은 운동이 아니야..."


 꼭 우리 엄마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내도 그런다. "아 짜증 나, 뭘 알지도 못하면서들..."


 아마 세상이 모든 러너들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이런 류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우리 러너들은 그럼 당연히 논리적으로 혹은 핏대를 세우며 반박을 했겠지만, 이미 상대의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 뭐 이해는 된다. 이봉주 선수는 이미 우리나라 마라톤을 상징하는 인물이니까. 그 상징이 쓰러졌으니까...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너무 고마운 봉주형!

[출처: MBN 알토란] 건강한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한 봉주형(2024. 3. 17. 방송)




 그렇지만 이젠 나는 오히려 가족들에게 반박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것 봐라...”


 올 초부터 갑자기 몸이 아픈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원인불명의 몸상태... 이제는 내가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겠다. 병원을 이곳저곳 옮겨봐도 전혀 차도 없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다리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하도 답답한 마음에 소개를 받아 마포에 유명한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추나요법'이라는 것인데, 와... 정말 세상에서 제일 아프다. 가면서 이걸 내가 왜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현타가 온다. 이젠 그만 가야지 다짐하면서, 어느새 다음번 예약을 잡고 있다.


 물론 치료 자체가 워낙 정성스럽고, 환자에게 크게 비용 부담을 주지 않게 진료해 주셔서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다른 대안도 없기에 꾸준히 받아보려고 하고 있다. 이젠 달리지 못해서 조급하지는 않다. 그냥 일상생활에 무리 없게만 나아지고 싶을 뿐이다. 주변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거라고 위로해 주지만, 나는 지금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자꾸 커가며 달라지는 아이들과 건강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래서 추나가 아파도 금세 잊게 된다.


나는 절대 이것만큼은 엄마와 아내에게 배우지 않을 것이다.

바로 마라톤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편견들,

마라톤은 건강한 운동이 아니라는 인식...


감히 내 상태 수준을 이봉주 선수가 그동안 겪은 어려움과 고통에 비함이 죄송하게 느껴진다.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비난이 싫어서 이겨내야지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사실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일단 생각을 바꿔먹고 다시 기원해 본다.


어쨌든 봉주형 고마워, 이겨 내줘서요. 하지만, 미안해요


나는 오히려 이리되어 버려서 형의 명성에 티끌 같지만 누가 되네요...

우리나라 마라톤의 상징 이봉주 선수와 마라토너들 욕을 먹이지 않게 저도 힘을 낼게요.

봉주형은 앞으로도 더욱 건강해져서 꼭 많이 많이 달려주세요.




또다시 간절히 다짐해 본다.



그리고 나는,
너희들과 함께 힘찬 시간을 보낼 순간을 꿈꿔보며
희망의 끈과 노력을 놓지 않을게!


달리기 좋은 계절이 지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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