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미에 대한 인간의 감정

by 하늬바람


(내맘대로 문학기행)

- 금각사 (미에 대한 인간의 감정을 읽게 하는 책)



금각사 (金閣寺).. 일본 간사이 지방 교토여행을 가시면 들려 볼 수 있는 사찰입니다.

사찰 외벽 전체가 금박으로 돼있어 외관이 아름답기도 하고, 유명한 소설제목이자 소설의 배경 장소이기도 합니다.

저의 문학기행 글 ‘설국’ 편하고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에서도 살짝 언급하면서 기회 되면 다시 다루어보겠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에 이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 가장 문장이 아름답고, 생각을 깊게 하고, 짜임새가 견고한 소설책중 하나입니다.

가히 고전이라 불릴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956년에 쓰여진 책이니 지금 읽으려고 이 책을 찾으면 조금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 문학전집이나 중고서적에서 뒤져보는 수도 있고, 가끔 재간행 될 때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세계는 '가면의 고백'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은 언제 가는 읽어야만 될 운명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미시마 유키오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가면의 고백과 더불어 이 책 '금각사' 이기 때문입니다.

심미주의, 유미주의, 탐미주의로 불리는 이 분야의 대표적인 작가인 미시마 유키오.. 뭐라 부르든 간에 그의 소설은 '미'에 대한 인간의 감정과 미의 본질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설국’의 카와바타 야스나리로부터 시작해 '만'의 작가 '다니자키 주니치로' 등이 탐미주의의 작가들로 분류되는데 그들 소설에서 읽혔던 아름다움에 대한 숭배 같은 것이 이 책에서도 읽히는 걸 보면 이 작가들은 같은 경향에 있다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에로티시즘 편 바로가기


우리나라와 서양에도 이런 경향의 작가들은 있습니다만 일본의 이 작가들은 오로지 아름다은만을 숭배하거나 추앙한다는 느낌의 극단적 경향을 보입니다. 소설의 구성인 배경, 사건, 인물 모두와 주제, 구성, 문체까지 전부 여기에 몰두합니다. 어떻게 보면 변태스러울 정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가들의 삶과 죽음도 극단적이었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아름다움이라는 궁극을 찾아 떠난 걸까요?


이 소설에서는 금각사라는 아름다운 절에 대한 주인공 미조구치의 극단적인 집착과 탐닉을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보여줍니다.

주인공이 겪는 내면적 갈등, 반복되는 과거와의 인연, 자신의 트라우마를 표면화해 내는 과정이 깊이 있게 진행됩니다.

중간중간 철학적 고민과 종교적 소재 등이 잘 어우러져 나도 마치 금각사라는 절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는 착각에 빠져들 정도입니다.


이 책 내용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1950년에 금각사에 방화를 일으켜 소각시킨 실제 주인공을 소설로 치밀하게 구성해 냈다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방화범이 실제 이 소설의 주인공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절에서 성장했고 그 절의 주지를 꿈꿨던 젊은이가 경찰진술에서 금각사를 방화한 이유가 '미에 대한 질투'라고 이야기했던 대목이 있습니다. 아마 그 부분이 작가의 호기심과 소설적 상상력을 불러일으켰으리라 상상해 봅니다.



책에 나온 가장 인상적인 한 대목을 잦아 옮겨봅니다.


"아버지의 얼굴은 초여름의 꽃들에 묻혀 있었다. 꽃들은 여전히 기분 나쁠 정도로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

꽃들은 우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 왜냐 하면, 죽은 사람의 얼굴은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이 지니고 있던 존재의 표면으로부터 무한히 함몰되어, 우리들을 향하고 있던 탈의 테두리 같은 것만을 남기고, 두 번 다시 끌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은 곳에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

물질이 얼마나 우리들로부터 멀리, 그 존재 방법이 얼마나 우리들로부터 소원한가 하는 점을, 죽은 사람의 얼굴처럼 여실히 설명해 주는 것은 없었다.

...

정신이 죽음에 의하여 이토록 물질로 변모함으로써, 비로소 나는 그러한 국면에 접하게 되었으나, 지금 나에게 서서히, 5월의 꽃들이라든지, 태양, 책상, 학교 건물, 연필....

...

그러한 물질들이 어째서 그토록 나에게 서먹서먹하고, 나로부터 먼 거리에 존재하는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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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장들이 저의 미적 감각을 자극하고 철학적 사고까지 불러일으킵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정신이 물질로 변하는 과정에 대한 감성적 사고와 철학적 고뇌가 나의 심연에 꽂힌다고 할까요.

화재를 일으킨 주인공은 자신의 열등감,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의 삶에 얽힌 금각사라는 절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은 집착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모든 게 필연적 인연처럼 느껴지도록 구사한 인간내면에 대한 묘사는 문장 속 단어와 단어 사이에 느껴지는 숨소리처럼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결국 파멸로 치닫는 마지막 과정은 그게 과연 불행으로 끝나는 건지, 아니면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건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건 현실과 이상사이의 갈등이고 자신의 집착을 끊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결국 허상 또는 이상을 벗어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미’ 를 줄이는 길을 선택함으로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을 찾는다는 것이 제가 읽은 이야기였습니다.

하여튼 독특한 소설적 내용과 인간의 내면을 건드리는 글에 끌려 이 책을 읽는 내내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소설이기에 이러한 소재를 미적 표현과 묘사로 다루며 인간의 심리를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작가의 상상력과 다양한 소설적 장치를 통하면 사건 속 인간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또한,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 봄으로서 독자인 저의 내면도 들여다보게 됩니다.


여기에서 자연스레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니체의 이 말은 제가 소설을 읽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건으로 보면 아주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이면서도, 금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절이라는 비현실적 내용이 나의 감성과 사고를 많이 자극하게 돼서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와 집착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에 집을 짓는지 보게 되는 시간도 되었습니다. 금으로 된 집이거나 불타버린 절이거나...


한 컷 추가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영화에 나온 금각사 책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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