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오리바람
(내맘대로 문학기행)
우선 동화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로 시작할까 합니다.
“회오리바람이 아저씨의 모자를 날려 버리지 않았더라면 이상한 모험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모자를 쫓아서 뛰쳐나가지 않았더라면
이야기는 시작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건 정말이다! “
-오즈의 마법사 본문 끝부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 열풍선 조종사’ 중에서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에는 뛰어난 인물이나 멋진 영웅이 없습니다.
여리고 약하고 결점투성이 인물들이 어찌 저찌 만나서 모험을 떠납니다.
회오리 바람에 길을 잃은 여자아이 ‘도로시’와 강아지, 지푸라기 허수아비, 양철통 나무꾼, 겁쟁이 사자..
모두 어려운 상황에 놓인 뭔가 부족한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모험을 함께하는 동안,
서로를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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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 글의 시작으로 되돌아 가봅니다.
“회오리바람이 아저씨의 모자를 날려 버리지 않았더라면 이상한 모험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
제가 쓰고 있는 이 글도, 튀르키예 여행도 여러 우연이
겹쳐 일어난 일입니다.
특히 튀르키예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열기구 이기 때문에도 오즈의 마법사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카파도키아 에서 나의 마음과 함께 떠오른 열기구)
튀르키예 여행 오기전 정말 우연하게 사서 읽은 책이
‘마지막 섬’ 이었습니다.
이 책은 튀르키예 작가인 ‘’줄퓌 리바넬리’의 작품으로 전세계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널리 사랑받는 소설입니다.
이 책을 읽고나서 튀르키예 여행을 하게된건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여행이 풍부해진건 확실합니다.
이 소설은 튀르키예 국가의 다양한 사회 정치적 문제를 섬에 가둬놓고 빗대서 이야기하는 식의 소설입니다.
소설이나 영화 등의 장르에서는 가둬놓은 공간을 배경으로 자주 사용합니다.
섬뿐만 아니라 감옥, 학교, 군대, 병원 등등
공간을 제약함으로써 갇힌 공간에서의 캐릭터들을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 군상들의 잔인하거나 나약하거나 살아남으려는 몸부림, 인간성 이런걸 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여튼 ‘마지막 섬 ‘ 이 소설은 요즘 우리 한국 사회와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건 튀르키예와 우리가 닮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번의 군사 쿠데타, 그리고 현 정권의 친위 쿠데타. .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걸 저지했고 튀르키예는 현재 진행중입니다.
리바넬리 작가의 말을 옮겨봅니다.
“어딘가에 악이 존재한다면,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조금씩의 책임이 있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바 아닐까요. .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에서 주장하는 악의 평범성과 묘하게 스치듯 겹치는 문장입니다.
둘다 악에대한 동조 내지는 방관에 대한 논리이지만,
아렌트는 악의 특성이나 원인에 집중한 반면 리바넬리는 악의 책임에 대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묻는 느낌입니다.
실제 악이 멀리 있는게 아니라 내 안에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걸 깨닫기 쉽지 않을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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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작가로는 리바넬리 작가 이전에 ‘오르한 파묵’이 가장 유명합니다.
이 분은 2006년 튀르키예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튀르키예는 동양과 서양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문명과 종교의 충돌, 문화적 정체성의 혼란, 서구화로 인한 전통의 상실 등의 문제들이 존재하는데 , 이런 문제의식을 많이 다루었습니다.
노벨상 위원회가 관심을 가질만합니다.
우리 한강 작가님처럼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했으니까요.. .
“내이름은 빨강” 이 대표작이라 할만합니다.
지형과 지리적 요인이 문명을 결정짓는다는게
‘총균쇠’ 책을 쓴 ‘제라드 다이아몬드’의 문제의식 이었다고 보면,
튀르키예는 동서양의 경계에 있는 그 지리적 위치와 지형으로 인한 특수함이 역사와 문물에 무수히 남아있듯이 문학에도 그 지문이 남아있는거라 생각해봅니다.
두서없이 이스탄불에서 돌아오는 길에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열기구도 타고 튀르키예 여기저기를 보았던 긴 여정을 끝내야 할 시간입니다.
회오리 바람으로 떠돌던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와 친구들’ 처럼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습니다.
양철통은 심장을 얻었고, 지푸라기 허수아비는 뇌를 얻었고,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얻었는데, 저는 과연 무엇을 얻었을까요?
어쨌든 고마운 회오리 바람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