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토르 위고
(내맘대로 문학기행)
엊그제 파리에 출장 간 님께서 보내준 현재시점 에펠탑 사진이자 영상입니다.
예전에 저는 점등돼 있는 모습만 보았는데 요즘엔 저렇게 반짝반짝 점멸되니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프랑스와 파리하면 많은 문학작품들과 예술가들, 철학자들이 떠오르는데 그중에서도 빅톨 위고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2019년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성당에 큰 화재가 났었고 작년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새로 개관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대성당의 역사와 더불어 그 시공간에 담긴 이야기로 인해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곳은 인간이 만든 공학기술, 미학, 예술뿐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삶과 정신, 종교, 정치적 투쟁의 공간으로 그 자리에 있었고, 그러한 서사가 만들어져서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역사가 담긴 구조물에는 국가나 유네스코 등에서 문화유산으로 별도로 관리를 합니다.
문화재라는 건 우리 삶의 기록이기 때문이겠죠.
한 개인이 어렸을 적 사진이나 일기장을 고이 간직하는 것처럼 인류는 자신들의 기록을 관리하고 거기에 담겨있는 전통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인류라는 집단이 만들어온 자신들의 과오, 작품, 기억, 모든 걸 통해 현재의 삶과 미래의 모습을 반추해 보기 위함입니다.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에서도 이렇게 노래합니다.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왔어. 유리와 돌들에 그들의 역사를 쓰네.’
(센강에서 찍은 노트르담 야경사진)
저는 빅톨 위고의 삶과 책을 보면서 너무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노트르담의 꼽추’ 소설에서는 이 성당을 배경으로 여러 장면들이 펼쳐집니다.
종 치기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그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장면들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권력자인 주교, 정치인, 군인들의 가식과 민낯이 드러나고 꼽추라고 멸시받던 종 치기와 비주류인 집시들, 그리고 민중들의 외침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민중들의 군중심리도 나타나고, 극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시대상황을 허구이지만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보통의 소설은 시대적 상황이 끝나고 문학으로 승화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 4.3 항쟁은 ‘지상의 숟가락 하나’ ‘순이 삼촌’을 쓰신 현기영 작가님의 작품과,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로 표출되었습니다.
광주 5.18은 황석영 작가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최근에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등등이 있습니다. 영화로는 화려한 휴가, 택시 운전사 등으로까지 나왔습니다.
특이한 건, 빅토르 위고의 작품은 그가 프랑스를 떠나 망명 시절에 레미제라블, 노트르담을 집필하여, 혁명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즉 역사가 문학으로 기록되기도 하지만, 문학이 역사를 움직이는 역할도 한다는 것입니다.
이후로도 많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100여 년에 걸친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역사적 과정이 완성되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문학의 힘, 기록의 힘, 건물의 상징성 등이 우리의 감정과 의식을 움직인다는 증거입니다.
하여튼 저는 소설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뮤지컬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트르담을 만났고, 그로 인해 노트르담 성당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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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파리 오리지널 공연팀이 국내에 내한했을 때 큰 맘먹고 "노트르담 드 파리" 오리지널 뮤지컬 공연을 보았습니다.
그때 뮤지컬을 보기 전에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먼저 애피타이저 하듯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공연을 메인 요리로 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다시 책으로 디저트를 하면서 마무리했더랍니다.
일종의 3종세트로 '노트르담의 꼽추'를 마스터 한셈인데 이중 가장 뭐가 나았는지 물어본다면 상당히 고민스럽습니다. 세 가지 다 매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색이 있고, 줄거리도 약간씩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선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어린이까지 관람대상이 되기 때문에 동화처럼 선과 악을 뚜렷이 대비시킵니다. 디즈니 특유의 아름다운 음악선율과 아기자기하면서도 역동적인 화면구성도 좋습니다.
특히 광인 교황의 축제장면과 마지막 노트르담으로 진격하는 민중들의 모습이 화려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됩니다. 주인공의 역할이나 줄거리도 애니메이션에 맞게 변경되었고 결론도 원본에서는 비극인데 비해 여기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됩니다.
그리고 메인 요리라고 했던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을 맛볼 차례입니다.
파리의 시인 '피에르 그랭구아르' 역의 '브루노 펠티에'가 부르는 그 유명한 '대성당들의 시대'로부터 막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무대가 끝나고 마지막 앙코르송도 이 노래로 맺는데, 웅장하면서도 비감이 서려있고, 화려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볼거리가 나의 시선을 압도합니다.
담벼락을 자유자재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보여주는 출연진들의 역동적인 안무. 주인공들의 독백의 과정에서 뒷배경으로 조명 속에 몸으로 표현되는 장면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대사가 라이브 노래로 대극장에 울려 퍼지는 압도적인 무대에 전율을 끼쳤고 오래오래 저의 기억에 남게 되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디저트 타임입니다.
사실 원작을 디저트로 다룬다는 게 어불성설이긴 합니다. 앞의 두 매체에서 받은 여운을 안고 다소 담백하고 깊은 대화를 하는 마음으로 오랜만에 다시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이제야 모든 게 완성되는 느낌이 듭니다. 역시 책으로 읽어야 구체성과 감동이 제맛입니다.
주인공들의 갈등관계, 대립구도, 시대적 상황 등 영상만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세밀한 감정들이 밀려들어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스토리 구조를 머릿속 그림으로 그려보았습니다.
파리라는 시대적 상황을 큰 원으로 그리고 나니, 그 원의 중심에 이 책의 주인공인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에스메랄다'가 배치됩니다.
그리고 그를 사랑한 사람들을 부챗살처럼 그 옆에 배치해 봅니다. 풰비스 경비대장, 클로드 프롤로 부주교, 그랭구아르, 그리고 종 치기 콰지모도..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 귀딜수녀와 집시의 대장인 클로팽까지 총 6명이 중심점에서 연결됩니다.
그리고 그 원의 맨 위에 배치되는 장소는 '노트르담 성당'이고, 맨 아래 배치되는 배경은 집시들의 아지트인 '기적궁'이 됩니다.
그 큰 원의 전체 바닥 배경은 물론 파리의 거리와 다리들과 술집들, 그리고 광장까지 펼쳐지게 됩니다.
중심에서 연결된 6개의 선들은 다시 분화되어 나아갑니다. 풰비스에서 나온 선은 리스라는 약혼녀가 연결되고, 프롤로 부주교 옆으로는 장 물랑이라는 동생이 연결됩니다.
성당이 갖는 권위주의와 집시들의 낭만주의가 충돌하고 그 충돌의 소용돌이안에 우연찮게 빨려 들어간 종 치기 콰지모도..
그들을 통해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헌신인지? 태양과 숙명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게 됩니다.
사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대문호라 할 수 있는 빅토르 위고의 삶이 더 격정적입니다.
그는 프랑스 대혁명과 공화정 수립이라는 민주주의의 대역사가 쓰이는 과정의 중심에 서있던 인물입니다. 왕정복고라는 쿠데타로 인해 19년간이나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늘 민중의 편에 서있었고, 그의 또 다른 대표작인 ‘레미제라블(장발장)’로 인해 우리는 그 격정의 시대를 가늠해 보고 프랑스혁명의 위대한 정신을 볼 수 있습니다.
(파리 상제리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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