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북해도)

대자연이 주는 장엄함

by 하늬바람

내 맘대로 문학기행

홋카이도 (북해도)


날씨가 너무 더워서 예전에 써놓았던 추운 지방의 글을 꺼내 보았습니다. 제 책장에 있는 홋카이도 책들 정리하면서 리뷰하는 느낌으로 시원함을 느껴볼까 해서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쓸 때는 아마 끊임없이 내리는 눈이 저를 감성에 젖게 하였는가 봅니다.

이번에는 설경하면 떠오르는 지역, 홋카이도(北海道 북해도)로 향합니다.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작품들은 대자연이 주는 장엄함 같은 게 서려있습니다.


아무래도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문학작품들은 도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마련이고,

농사짓는 들판이나 초원 같은 시골지역은 문화라던지 음식, 목가적인 분위기가 소재로 사용되기 마련입니다.


그에 비해 홋카이도는 워낙 춥고 험난한 산악지형이 많아서인지 그곳을 배경으로 쓰여진 작품들은 인간이 침범하지 못할 대자연의 힘, 연약한 인간이라는 존재감 같은 게 느껴집니다.


홋카이도 관련 작품으로 제가 읽은 책들을 두서없이 나열해 보면 빙점, 실락원, 게공선, 사랑을 주세요, 러브레터, 철도원, 괭이갈매기 등입니다.

우선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작품은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입니다.

1,2권 두 권으로 출간되었는데 읽는 재미가 대단한 책입니다.

영화로나 드라마로 여러 번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성공을 거둔 작품입니다.


작가가 기독교인이라 인간의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저는 일일 연속극 같은 드라마를 보는 느낌도 있고,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읽는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어느 날 홋카이도에 사는 여자 주인공의 잘못으로 아이를 잃게 되는데, 여자주인공의 남편은 부인이 자신의 친구에게 호감을 느껴 한 눈을 팔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여자주인공에게 진실을 숨긴 채 아이를 죽인 사람의 자식을 입양시켜 키우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과연 훗날 진실을 알게 되고 그 여자 주인공은 그 아이를 어떻게 하게 될까? 가 큰 줄거리입니다. 물론 마지막 반전은 따로 준비돼있습니다만, 영화에서 볼만한 스토리이지요.


"실낙원"이라는 작품도 홋카이도 출신의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의 작품입니다.

작가가 삿포르 의대 출신 작가라 배경이 삿포르, 하코다데, 오타루 등이 배경장소로 자주 등장했던 것 같네요 중년남녀의 사랑을 주로 다루고 있어 외설이냐 예술이냐는 오래된 논쟁에 불을 붙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탐미주의 소설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요즘 시각으로 보면 그렇게 외설스럽지도 않습니다.

소설에서는 영원한 사랑을 위해 동반자살로 삶을 마감하는데 죽음의 모습도 엽기적이랄까 변태적입니다.

그런데 작가는 동반자살의 모습도 정말 아름답게 묘사해주고 있어 독자인 저로서는 소설의 완성도가 높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번역되고 영화로도 몇 번 나왔습니다.

삿포르 나카지마 공원옆에 “와타나베 문학관”도 있고 근처에 홋카이도 문학관도 있답니다.


홋카이도는 추운 지역인데 두 작품 다 뜨거운 이야기였습니다. 조금 식히고 가기 위해서 "게공선"이라는 작품을 다루어 보겠습니다.

작가인 고바야시 다 키지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에 사회주의 운동과 더불어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했던 사람입니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현실구조를 문학을 통해 고발하는 작품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87년에 처음 번역되어 소개되었습니다.

일본에서 2008년도에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고발 차원에서 다시 출간하여 큰 호응을 일으키고 영화화되기까지 했답니다.

일본과 비슷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구조인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다시 출간되어 저도 읽게 되었고요.


책내용은 캄차카 반도에서 게를 잡는 배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들이 선상 반란을 일으키지만 자본과 결탁한 일제국주의 권력에 의해 다시 희생당하는 모습이 리얼하게 그려집니다. 거기에는 조선인 노동자들도 잠깐 모습을 비춥니다.

수배생활 중에서도 열정적인 삶을 살던 작가 고바야시는 30대의 나이로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고문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몇 년 전 이준익 감독의 '박열'이라는 영화의 주인공과 묘하게 겹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고바야시가 죽은 다음에 그의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도 홋카이도 작가에 의해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관광객들이 홋카이도에 가면 꼭 들리게 되는 곳이 오타루인데요, 하천을 따라 창고카페가 줄지어 있는 모습이 운치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 시립 오타루 문학관이 있는데 거기에 고바야시 자료가 잘 전시되어 있답니다.

너무 무거운 주제들을 벗어나 이젠 좀 가벼운 멜로로 가볼까 합니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사랑했던 영화 "러브레터"의 배경과 촬영지가 바로 홋카이도 오타루 주변입니다.

작가 "이와이 순지" 본인의 동명소설을 직접 감독으로 참여하여 영화로 만든 작품입니다.

광활한 설원을 향해 "오겡끼 데스까"하고 외치던 장면이 오랫동안 뇌리에 남아있는 작품입니다.

그 영화에 1인 2역으로 참여했던 여주인공이 "나카야마 미호"입니다.

이 여주인공을 공항에서 지나가는 길에 보고 한눈에 반해 구애한 사람이 있었으니 "냉정과 열정사이"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소설가 "츠지 히토나리"입니다.

많은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열렬히 구애해서 결혼에 성공해 한때 핫이슈가 되기도 했지요. 그래서인지 츠지 히토나리는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소설 "사랑을 주세요"라는 작품으로 우리의 가슴을 포근하게 해 주었답니다.

그런데 얼마 전(2024.12월) 활발히 활동하던 이 여배우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뉴스에 놀랐습니다. 일본에서 많이 일어나는 히트쇼크라고 하는데 차가운 대기에서 뜨거운 온천욕 때 많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오겡끼 데스까.?... 저의 가슴을 적셔주었던 추억 속 장면으로 다시 불러보고 싶네요.


츠지 히토나리와 우리나라 공지영 작가가 남녀의 입장에서 쓴 교차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란 책도 얼마 전 영화로 나왔지요.

츠지 히토나리가 쓴 “사랑을 주세요” 는 세계 3대 야경에 들어간다는 "하코다테"가 가장 잘 묘사돼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남산 야경보다 별 볼 게 없다는 생각인데 사람들이 무지무지 많이 오더군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상술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히토나리는 이 책에서 기존의 문체와 다르게 동화 같은 편지체로 아름다운 서정과 감동을 선사해 줍니다.

너무 길어지네요.. 홋카이도 하면 생각나는 철도원, 괭이갈매기 등은 다음 기회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학은 자연과 그 안에서 사는 인간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홋카이도는 특히나 지형이나 지역적으로 자연이 너무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래서인지 홋카이도의 작품들은 소설 구성의 3요소라고 하는 "인물, 사건, 배경"중에서도 "배경"이 가장 크게 작용하나 봅니다.


대자연을 배경으로 뭔지 모를 슬픔과 그 슬픔 속에 한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해 주는 작품들,,,


그 자체가 바로 홋카이도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