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에서 라이딩까지

(49일째) 금주(禁酒) 일기

by 하늬바람


나의 금주(禁酒) 일기 - 49일째


- 책갈피에서 라이딩까지 -


(opening)

저번 편 나의 금주(禁酒) 일기 47일째는 ‘책갈피 정원’

이었습니다.

도서관이 고리타분하지 않고 이렇게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알게되었네요. 요즘말로 힙하고 핫하게, 세련된 공간이 되었습니다. 기획하시고 조그만 부분까지 세심히 신경쓰신 분과 궂은 일 다하신 실무자님, 책 분류한 인턴들, 그리고 관련 소품, 물건 제작하고 설치하신 분들 덕분입니다. 책갈피라는 이름도 마음에 꼭 듭니다. 오늘 아침도 출근길에 야외 도서관으로 먼저 와서 인생의 책갈피 하나 꽂아둡니다.

오늘 제 삶에 책갈피가 꽂힌 페이지는 개장한 도서관의 ‘부활’과 톨스토이와 카츄사의 ‘부활’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 책갈피에는 제 마음의 ‘부활’ 까지 함께 담아 두겠습니다.


(opening 끝)


오늘은 여기부터입니다.


책갈피 정원과 관련해서 소품 이야기를 좀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설치된 조그만 소품들이지만 세밀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The devil is in the details)는 말이 있습니다. 대충 보면 쉬워 보이지만 제대로 해내려면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야 된다는 뜻입니다. 이 글귀는 도서관에 새로 구입해 비치해놓은 ‘마담 보봐리’ 세계명작 소설에서 유래한 유명한 문장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기획하시고 준비하신 분들 덕분에 책 보는 재미와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우선 야외 정원 도서관에 설치되고 비치된 것들입니다.

빈백과 캠핑의자는 기본이고, A형 간판, 스툴(조그만 받침대), 목밴드 독서 조명, 소품 보관용 이동박스, 모든게 아기자기하면서도 실용성이 돋보입니다.

심플하고 모던하고 미니멀한 느낌에 소소한 감성이 가을바람을 타고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옵니다.

그리고 실내 도서관 책장용 분류 받침대, 화분 등으로 인해 공간이 세련되게 느껴집니다.


책갈피 역시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는 아주 작은 소품입니다. 책을 읽다가 잠시 멈춰가는 곳을 표시하거나, 중요한 페이지에 꽂아서 표시하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아이템으로 직접 만들어 사용하거나 책과 함께 선물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야외 도서관 이름인 ‘책갈피 정원’ 에서는 독서에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자리 잡겠다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번에 도서관을 새로 꾸미면서 비치된 책들 중에 세계명작전집으로 출간된 책들이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저번에 언급한 톨스토이부터 도스토에프스키 같은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들과 고전의 반열에 있는 세계 명작문학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림부터 보겠습니다.

러시아 화가의 그림 ‘아무도 기다리지 않았다’ 입니다.

화가는 ‘일리야 레핀’ 으로 톨스토이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거실에 한 남자가 들어왔다. 여기는 그의 집이다. 이 비쩍 마른 남자는 퀭한 눈으로 가족을 바라본다. 모자를 든 손을 몸 안쪽으로 붙인 경직된 모습에서 우리는 그가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인용 글


예기치 않았던 한 남자의 갑작스러운 출현. 그 긴장의 순간. 창문에서 들어온 은은한 햇살이 이 가족과 축축한 실내를 감싸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러시아 19세기 사실주의 대표작으로 아주 유명한 그림입니다. 브나로드 운동 시절 혁명가가 먼 유배지에서 가족에게 돌아온 광경, 그 한순간을 화가는 포착해 냈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보면 가족들은 반기기보다는 놀라거나 의아한 표정입니다. 남자가 살아서 돌아왔건만 가족들은 놀란 표정입니다 러시아 짜르 체제하에서 혁명운동으로 죽다 살아왔지만 가족들은 이미 죽은 줄 알았거나, 그랬어야 되는 상황을 순간으로 잡아낸 그림입니다.

그래서 이 그림은 혁명가들의 외로움, 아픔을 그리고 시대상을 대변한다고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했지만 자신의 존재가 가족에게 조차 부정당하는 현실은 너무나 잔인합니다. 그 가족에게는 또 다른 이유로 잔인하고 아픈 일이었을 겁니다. 이렇듯 역사에서 독재와 전쟁은 가정의 평화를 무너뜨리고 국가단위의 폭력으로 잔인함과 고통을 강요합니다.


브나로드 운동은 우리나라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일제강점기 심훈의 ‘상록수’ 라는 소설로 대표됩니다.

지식인들이 농민 속으로, 민중속으로. 이런 생각으로 사회를 계몽하려던 시절입니다.

그 영향을 받아 80년대 까지도 대학생들은 방학 때 농활을 꾸준히 했었습니다. 상록수는 제가 학교 다닐 적 국어 교과서에도 일부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바로 학교 도서관에서 그 책을 빌려 읽었는데 주인공들의 순수함과 열정은 지금도 떠오릅니다. ‘박동혁과 채영신’


명절에 무탈하게 가족들 만나거나 그렇지 못하더라도 평안한 일상을 지내며 서로의 소식 전하는 게 큰 행복입니다. 하지만 지구상의 곳곳은 그렇지 못한 현실입니다. 위의 그림처럼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고 가족간의 이별이 존재한다면 그들에게는 어떤 하루가 지나가고 있을까요..

오늘은 명절 연휴인데 이번 연휴 기간도 길고, 여러 저러한 이유로 개인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로 멀리 라이딩하다가 강변에 앉아 이렇게 생각도 하고 글을 씁니다.

명절 때는 술잔도 많이 기울이고 했는데 이번에는 책과 글을 그리고 라이딩을 더 탐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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