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일째) 때깔 좋은 제철과일
(opening )
저번 편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90일째는 ‘별똥별은 지금도 떨어지고 있을까 - 그 시절에 보내는 편지’ 였습니다.
그 구멍가게는 어디였을지,
더덕을 캐던 그 산은 어디였는지,
그곳에 다시 가서 컵라면에 소주를 마시면
그 노을과 어둑해져가던 저녁하늘이
알콜처럼 내 혈관을 타고 흘러갈까요.
별똥별은 지금도 떨어지고 있을까요?
(opening 끝)
오늘은 여기부터입니다.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93일째
- 때깔 좋은 제철과일
요즘에는 너도나도 제철음식, 제철과일이라고 하면서 찾아 먹습니다. 식당도 제철음식, 계절음식 전문점이라는 호칭을 사용합니다.
불과 몆년 전에만 해도 ‘제철’이라는 말의 뜻은 알아도 굳이 이 단어를 과일이나 음식과 연결해서 사용한 기억이 없습니다.
예전에는 그저 계절에 따라 나는 농수산물을 먹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따라서 제철음식은 별도의 단어 없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냉동기술의 발달, 수입품 증가, 비닐하우스 재배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계절감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딸기나 사과, 배가 어느 계절에 나오는 건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특히나 바나나 같은 수입과일은 더더욱 알 수 없었습니다. 지금도 모릅니다.
그런데 건강과 웰빙을 강조하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다시 계절감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마트에 가도 제철과일, 제철 수산물 아닌 것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냉동제품은 한구석에 있거나 아예 없거나 합니다. 굳이 정리하자면,
그냥 과일, -> 철없는 과일, -> 제철 과일 이런 흐름순으로 우리 먹거리가 변해왔습니다.
서두가 길어졌는데 홍시, 그중에서도 대봉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많은 과일 중에서도 감종류는 하우스나 냉동이 없습니다. 특히 홍시종류는 제철이 아니면 맛볼 수가 없습니다. 그 제철이 지금 늦가을부터 초겨울입니다.
가족들이 다 좋아하는 데다가 제철이라 그런지 대봉을 보면 때깔도 좋고, 보고 있는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숙성된 것부터 바로 먹고, 딱딱한 것은 며칠 놓아두면 자연스레 홍시나 연시가 됩니다. 여기저기 탁자 위나 선반 위에 올려놓으면 장식효과도 되고 서서히 익어가는 모습을 보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홍시가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감표면을 오다가다 눌러보게 되는데 여기서 ‘못 막는 감 찔러나 본다’ 는 말이 나왔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게다가 홍시를 자연건조시키면 곶감이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음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긴긴 겨울밤 오손도손 모여앉아 곶감 빼먹는 달콤하고 쫄깃한 행복을 줍니다.
감은 일본에도 많이 나오는데 거기서는 홍시를 아예 먹지를 않고 곶감용으로만 사용합니다. 많이 숙성된 홍시가되면 먹지를 않으니 처리곤란이라 아주 싸게팝니다. 식습관이란게 이렇게 다릅니다.
제철인 꽃들도 한참이었는데 이제 국화나 코스모스가 져가는 시기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몇 남지 않은 코스모스가 인사를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은 여름엔 능소화 가을엔 코스모스입니다.
코스모스는 8개의 간결한 꽃잎과 많이 화려하지 않으면서 단순하게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화려하나 유치하지 않고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다는 유홍준 선생님의 문화유산이 떠오르는 꽃입니다.
저는 그런 꽃, 그런 사람이 아름답고 좋습니다.
카오스는 혼돈이라는 뜻인데 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라는 뜻이니 이 또한 꽃 이름과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칼세이건의 책 코스모스를 하나의 꽃에 담으면 코스모스 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서인지 신이 처음 만든 꽃이 코스모스라고 합니다. 질서 있게 잘 만들려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색과 모양이 나왔다는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숨기는 것 없이 표면에 다 드러내고, 가을하늘 아래 얇은 줄기에 기대 한들한들거리는 모습은 내 맘도 흔들거리게 합니다.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합니다
빛나고 화려해 보이는 것의 아름다움도 있겠지만 단순하고 간결한 아름다움도 큰 것 같습니다.
(사진 보고 아이패드에 따라 그려본 코스모스입니다)
사람에게도 사람마다 제철이 있을까요?
만약에 있다면 저는 가을이 제철인것 같습니다. 감성도 풍부해지고 생각도 많아지고, 홍시와 코스모스도 좋아하고, 이렇게 글도 마구 써대는걸 보면 확실히 가을남자가 맞습니다.
그래서 이사람은 어느 계절사람일까, 저사람은? 생각해보게됩니다.
제철 이야기하다 보니 생각의 꼬리가 음식과 과일에서 꽃과 사람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맛있는 대봉 홍시로 이렇게 한 계절을 잘 보냅니다.
오늘 밤엔 첫눈이 오려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