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일째) 내 일상으로의 초대
(opening)
저번 편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95일째는 ‘주소에 얽힌 이야기들- 주소는 권력인가 서사인가 선악인가’ 이었습니다.
생각이상으로 주소에 얽힌 이야기가 방대하고 역사적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가 주소 속 길이름이나 숫자에 붙어있습니다. 그리고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 언어와 사고 체계가 반영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opening 끝)
오늘은 여기부터입니다.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97일째
- 내 일상으로의 초대
핸드폰 벨소리에 기상하거나 통상적으로는 그전에 눈을 뜹니다.
계란찜기에 계란 네 개를 넣고 On 작동. 한 개만 내 것
잠결 가득한 부스스한 미소로 하루의 시작
삶아진 계란껍질을 벗기면서 오늘 날씨 검색.
오늘은 빵 한 조각을 명란버터와 올리브유에 살짝 찍어서 한 입, 두 입, 세 입, 빵이 이렇게 맛있는 거였다니..
도서관에서는 음식물 ‘반입’ 금지라 ‘한입’에 먹어야 된다는 유머가 떠올라 헤헤거리며 혼자서 미소
그리고 탁자 위에 잘 익은 대봉감 홍시를 보면서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 살짝 찔러보고 ‘아직 더 익어야 돼’ 혼잣말하면서 안 먹을 핑곗거리 찾기.
너무 탐스러워서 흐뭇한 미소.
자전거 출근길에 가방에 넣어갈 책으로 고민 중.
이기적인 유전자 40주년 에디션, 몽테뉴 수상록..
둘중 하나만 넣어가려는데 수상록은 하드표지라 더 무거워서 ‘이기적인 유전자’ 로 선정.
책 읽을 생각에 기분 좋은 미소
집에서 나와 사무실로 라이딩 출발준비.
외부 온도 0도.
초겨울이라 어둠이 짙게 깔려있어 전방 라이트 장착, 얼굴 덮는 버프와 귀마개, 그리고 손 장갑 착용
손을 호호 불며 상큼한 미소 한 모금.
출근길 공기는 싸늘하지만 춥다기보다는 시원한 느낌.
찬공기를 가르는 자전거 바퀴의 흐름 따라 어두운 하늘을 서서히 벗겨가며 여명이 올라옵니다.
자전거길에 얼마 남지 않은 코스모스롤 꺾어 사무실 꽃병에 놓아두려다가 이내 그만둡니다.
영화 <The Zone of interest> 에서 벽하나를 두고 일상성과 폭력 (유대인 집단학살)이 일어나는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학살의 집행자가 온화한 모습으로 꽃을 가꾸고 가족들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꽃들 사이로 오버랩되기 때문입니다.
하천변 자전거길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가로등 불빛이 줄지어 떠있는 게 시간의 물결처럼 느껴지고,
새벽녘 집에 돌아가지 못한 별마냥 반짝거리는 가로등 불빛은 어느 별자리일까 생각해 봅니다.
가로등 별들을 연결해 보니 마치 악보의 음표 같아서 ‘도레미 별자리’ 라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하천길을 넘어가는 도로의 가로등이 어두워지는 하늘아래 등잔불처럼 피어나더니,
오늘 새벽엔 아침햇살에 더 머물지 못하고 마지막 모닥불처럼 타닥타닥 꺼져갑니다.
타다 남은 장작사이로 빨간 불빛이 스미듯이, 아침햇살은 잔불처럼 내 몸에 온기를 불어넣어줍니다.
남는 건 새벽하늘의 여운 같은 옅은 미소
사무실 도착.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 주말의 시작.
알람 앱이 핸드폰 표면에
금주 97일과 D- day -3일을 알려줍니다.
간단히 씻고 책상에 앉아 글쓰는중.
브런치에 쓰고 있는 ‘슬기로운 금주생활 시즌2.’ 100일을 달성하고 나면 다음엔 어떤 주제로 글쓰기를 계속할까 행복한 고민시작.
금주가 아닌 슬기로운 음주생활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상상해 보다가, ‘아니야, 이젠 색다른 걸로 하고 싶어’ 하는 행복한 고민 중..
나의 이기적인 유전자는 왜 이런 고민을 할까 생각하다 어느새 하루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