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일째) 어반 자카파 (Urban Zakapa)
(opening)
저번 편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97일째는 ‘어느 하루의 시작 - 내 일상으로의 초대’ 였습니다.
새벽녘 집에 돌아가지 못한 별마냥 반짝거리는 가로등 불빛은 어느 별자리일까 생각해 봅니다. 가로등 별들을 연결해 보니 마치 악보의 음표 같아서 ‘도레미 별자리’ 라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하천길을 넘어가는 도로의 가로등이 어두워지는 하늘아래 등잔불처럼 피어나더니, 오늘 새벽엔 아침햇살에 더 머물지 못하고 마지막 모닥불처럼 타닥타닥 꺼져갑니다.
(opening 끝)
오늘은 여기부터입니다.
슬기로운 금주(禁酒) 생활 99일째
- 어반 자카파 (Urban Zakapa)
널 사랑하지 않아
너도 알고 있겠지만
눈물 흘리는 너의 모습에도
내 마음 아프지가 않아
이 노래를 처음 듣고선 반어법이려니 했습니다. 아직 사랑하는데, 내 마음 이렇게 아픈데 너도 알아줘. 이런 뜻이겠지 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들어봅니다.
. .
널 사랑하지 않아
다른 이유는 없어
미안하다는 말도
용서해 달란 말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그게 전부야
이게 내 진심인 거야
널 사랑하지 않아
널 사랑하지 않아
직설적입니다. 직설적이다 못해 도발적입니다.
헤어지자고 이별을 통보하는데 미안하지도 않고 용서해 달라고도 안하겠답니다. 그러면서 ‘널 사랑하지 않아’ 를 귀에 새기도록 되풀이합니다. 요즘말로 쿨합니다.
제가 예전에 듣던 노래들은 돌려서 이야기하고 시적으로 비유하거나 은유하고, 반어법으로 이야기하는 식이었습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야 했고,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습니다.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고,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두고,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라며 미련을 남기는 게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감정소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시대도 변하고 사랑방식도 변합니다. 무엇보다 위에 옮긴 노래가사처럼 표현방식이 변합니다.
그래서, 저의 예전감성은 레트로는 되겠지만 빈티지는 되지 못합니다.
어반 자카파 (Urban Zakapa) 의 공연을 봤습니다. 우연히 가게 된 건데 드라마 OST 등에서 들어본 노래들도 있고, 가사들도 잘 들리고 무엇보다 감성적이라 지루하지 않게 두 시간 반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사실 위에 이야기한 노래 ‘널 사랑하지 않아’ 는 이 3인조 가수의 대표곡 같은 유명한 노래라 본공연 때 부르지않고 앵콜송에서 불렀습니다.
본공연 때는 이 노래가사에 대한 상대편 상황 같은 노래를 들었습니다. 제목 ‘니가 싫어’ 입니다.
. . .
나는 너에게 사랑을 구걸하지 않았어
진심을 원했어
마지막으로 널 봤던 날도
널 원하지 않았어
진심을 원했어
상처받은 내 마음과
더럽혀진 그때 추억
날 바라보던 니 표정
다 너무 싫어
난 니가 싫어
. .
난 니가 싫어
이 노래에서도 너에게 구걸하지 않았고 ‘니가 싫다’고 대놓고 말합니다. 어반 자카파 노래를 공연에서는 처음 들었지만 노래들이 너무 직설적인 가사라서 저같은 사람은 거부감이 들수도 있는데, 워낙 감성이 깊고 음색, 멜로디, 세명의 화음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노래가사가 감성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리는 노래와 공연이었습니다. 이번 공연 제목이 ‘겨울’ 이었고, 저는 덕분에 겨울 문턱에서 주말 저녁을 분위기있게 보냈습니다.
신곡발매 기념인데도 이제는 공연장에서 CD도 팔지 않습니다. 집이나 차에도 플레이어가 없고 음원으로 들으니까요. 그래도 다른 공연에선 소장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때문에 줄 서서 사던데 이번에는 공연 중간에 추첨해서 기념으로만 싸인 CD를 줍니다.
노래가사보다 기술은 더 빨리 변합니다.
모든 것들이 형체가 없어지고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되고, 화폐나 신용카드도 사라져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화폐, 그중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이 대체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도 형체가 없는 Chat Gpt 같은 생성형 AI가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이 많은 변화에서도 글과 책은 꿋꿋이 버티는 것처럼 보입니다. 언어가 생기고 구전으로 이어지던 것들이 문자가 발명되어 기록되기 시작했습니다. 인류역사에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할수 있습니다. 그 형체들은 거북껍질, 종이라는 매체에서 컴퓨터 화면으로 많이 이동했지만 아직까지도 책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합니다. 브런치 같은 플랫폼도 출판을 위한 공간으로 유용하게 작동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책은 다른 매체와 달리 ‘레트로’ 보다는 고전이거나 빈티지이고, ‘E.H 카’ 가 이야기한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대화하는 역사와도 같다는 생각입니다.
제 생각에는 널 사랑하지 않아. 니가 싫어 라고 어반 자카파가 아무리 노래를 불러도 당분간은 아니 오랜 기간 우리는 책과 헤어지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반 자카파 신곡 여섯 번째 미니앨범제목이 Stay 입니다. 이 노래도 공연에서 들었습니다.
. .
Stay in my dream
내 곁에 머물러 줘요
더 멀어지지 말아요
그대 없는 나, 길을 잃었죠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헤매이죠
사라지지 말아요
내 손을 잡아줘
Just stay by my side
제 맘대로 책에게 길을 잃지 않게 머물러달라고 부탁하는 느낌을 갖다 붙여봅니다.
그렇다면 술은 레트로일까요. 빈티지일까요.
제 생각에 당연히 빈티지입니다. 레트로는 추억팔이거나 복고풍처럼 과거의 것을 현재에 그 느낌으로 재현하는 것이고, 빈티지는 원래 단어 자체가 와인에서 포도를 수확한 해를 뜻한 데서 온 것이고, 연식이 오래된 술일수록 고급스럽고 향도 좋고 가격도 있으니까요.
술은 금주하느라 잠시 헤어져있었지만
책과 술은 앞으로도 제 옆에
Stay . St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