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마음의 도안이
빛바랜 지도 위에 떠오르니
먼 곳이 비로소 가까이 보인다
갖은 흔들림 속에도
그 별은 칠흑으로 남아
바다 하나 건너는
동전의 뒷면처럼
여전히 닿기 어렵다
세상은 어느새 곁에 와
눈을 번쩍이지만
나는 등을 돌린 채
또다시 길을 묻는다
고향집 어머니는
누웠다가 일어나
넘어가는 저녁 햇살에
전화기만 바라보고 계신다
따라간다
꼭, 따라간다
그 별이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야 할 고향으로
<글쓴이의 말>
길을 잃은 것 같았던 시간들,
뒤늦게야 별 하나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별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어머니의 숨결 속에, 고요한 바닷물 속에,
그리고 오래된 전화기 너머의 그리움 속에
늘 빛나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제야 그 별의 방향을 따라
한 발, 또 한 발
내 마음의 고향으로 향합니다.
그곳에 내가 돌아가야 할
진짜 어머니의 집이 있을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