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금의 그 사람은 그때의 그 사람이 아니다

by 이정호

사랑에 빠지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모든 순간이 마법처럼 느껴지곤 한다. 처음 만났던 그날, 빛나던 눈빛과 설레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서로의 외모에 반하고, 농담 하나에도 까르르 웃던 천진난만한 성격에 매료되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신기하리만치 닮아있어 우리는 운명이라 믿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빠져들어, 두 사람은 영원을 약속하며 함께하는 길을 택했다. 그때의 우리는 서로의 모든 것을 사랑했고, 앞으로도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세월은 우리 몸의 세포를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듯이, 우리 내면과 관계도 쉼 없이 변화시킨다. 한 달마다 새로운 세포로 교체되는 피부, 넉 달마다 다시 태어나는 적혈구, 몇 년에 걸쳐 새로운 뼈로 바뀌는 우리 몸은 어쩌면 매일 새로 태어나는 존재와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외모는 주름 하나, 흰머리 한 올씩 늘어가고, 젊은 날의 무모함은 삶의 무게를 아는 신중함으로 변해간다. 때로는 익숙했던 습관이 달라지기도 하고, 한때 중요했던 가치관이 희미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낡은 껍질을 벗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우리 몸의 생명 활동처럼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해가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그 사람이 그때의 그 사람과 다르다고 해서 서운해하거나 탓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 변화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관계를 아름답게 지속시키는 가장 큰 지혜일 것이다.


서로의 새로운 모습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달라진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과거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되, 지금 이 순간의 서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것. 우리를 묶어준 것은 변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 변화하는 서로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용기였다.


그때의 그 사람을 사랑한 것처럼, 지금의 새로운 그 사람을 다시 사랑할 때 비로소 우리의 사랑은 더욱 깊고 단단해질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