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앞에서(詩)

by 이정호

벚꽃 앞에서


이정호


하얀 웃음들이

가지마다 올망졸망

저희끼리 손을 흔든다


흩어질 것을 알면서도

온몸으로 피어 있다


바람이 온다

네가 먼저 기운다


세상이 잠깐 환해지고

마음은 그보다 늦게 온다


붙잡히지 않는 것이 더 선명하고

머물지 않는 것이 더 깊이 스민다


희다

맑다

투명하다


오래 보지 않는다

오래 보면 욕심이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조용히 받는다


꽃잎 하나

소리 없이 진다


이 짧음이 선물인 것을

이 짧음이 돌아오기 위한 것임을


나는 이미

다음 봄 속에 있다


E-069.jpg <Photo by J.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