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 탈출은 지능순?

'예술 노동자'의 삶

by 여자 말러리안

"예체능 탈출은 지능 순",

"부자들의 취미",

"부모 등골 빨아먹는 가성비 없는 직업"


유튜브의 한 영상의 댓글 중, 수백 개의 '좋아요'를 받은 이 냉소적인 문장들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사회가 예체능을 바라보는 날 것의 시선이 그대로 드러난다. ‘예술’을 바라보는 한국사람들의 눈은 이토록 차갑구나.


이러한 사회적 시선은 이제 막 꿈을 꾸기 시작한 '전공 지망생'들에게도 유효하게 작용한다. 부모들은 애초에 돈이 많이 드는 분야라며 아이들의 꿈을 만류하고, 아이들 역시 미디어를 통해 '음악과 미술은 부자들의 전유물' 혹은 '현실감각 없는 뚱딴지같은 소리'라는 인식을 수혈받는다.


이러한 편견의 기저에는 '예술가는 반드시 무대 위에서만 존재해야 한다'는 지독한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들은 예술을 하나의 산업이나 생태계로 보지 않고, 오직 '천재적인 재능'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만 평가하려 든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은 다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비치지 않는 곳에서도 예술은 숨 쉬고 있으며, 그곳에는 무대 위 연주자만큼이나 치열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는 '예술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하는 오해들은, 바로 이 거대한 예술 생태계를 보지 못하는 무지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실제로 내 주변 예고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 혹은 음대를 졸업한 동료들 중 절반 이상이 음악계를 떠나는 모습을 본다. 그 뒷모습들을 지켜보며 나 역시 같은 고민을 했던 적이 있기에, '우리는 왜 이 길을 포기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사회는 유독 '좋아 보이는 것', '눈에 띄는 것'에만 열광한다. 예술에서도 오직 상위 1%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만이 '진짜 예술가'로 대접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평면적인 시선은 예술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단 하나의 점으로 만들어버리는 오류를 범한다.

무대 밖에는 문화재단 기획자, 예술 교육가, 행정가, 아트 딜러 등 수많은 보이지 않는 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치열하게 예술의 가치를 생산하지만, 아직 사회는 온전히 알아봐 주지 못하는 듯하다. 오직 무대 위만이 정답이라고 믿는 그 무지함이, 수많은 유능한 예술 전공자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진 않을까.


예술의 생명력은 스포트라이트가 닿지 않는 곳, 즉 우리의 일상과 가까이 더 선명하게 박동하고 있다. 동네의 작은 음악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음악의 아름다움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지역의 문화재단에서 시민들의 일상에 풍요로움을 불어넣는 기획자들, 이처럼 각자의 공간에서 묵묵히 하루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예술 생태계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다.


이제 우리는 무대 밖, 우리 삶의 현장 곳곳에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예술가들의 모습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재능의 유무로 심판받아야 할 승부사가 아니라,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하루를 묵묵히 일궈가는 전문적인 '예술 노동자'이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