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생각나는 맛, 다시 찾게 되는 소리
“줄을 서서 기다려서라도
먹게 되는 맛집 같은 연주자들이 있어.
‘자꾸 생각나는 맛’을 내는 음악가가 되어야 해.”
오늘 레슨에서 선생님이 던지신 이 한마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가까운 대형 프랜차이즈 식당을 두고 사람들은 왜 굳이 몇 시간씩 줄을 서며 좁은 골목의 노포(老鋪)를 찾을까. 실패 없는 보통의 맛이 보장된 곳 대신, 굳이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그곳으로 향하는 이유를 고민하게 된다. 선생님은 왜 ‘자꾸 생각나는, 마치 노포 맛집 같은 맛을 내는 음악가가 되어야 한다고 그러셨을까.
악보라는 정교한 매뉴얼을 따르는 지휘자는 많다. 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맛’을 내는 지휘자는 드물다. 노포(老鋪) 음식점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세월이 깊게 패인 주인장의 얼굴 그리고 함께 닮아온 빛바랜 식기들. 이 풍경은 단순히 오래되었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랜 시간 타협하지 않고 지켜온 ‘자기만의 기준’을 드러내는 흔적이다. 프랜차이즈가 보편적인 매뉴얼을 따른다면, 노포는 주인장만의 감각으로 맛을 완성한다. 사람들은 그 한 번의 기억 때문에, 오늘도 다시 그 골목을 찾는다.
그런의미에서, 언젠가 누군가 나를 돌이켜본다면 ‘노포 음식점’ 같은 음악가가 되고 싶다. 시간이 흘러도 문득 생각나 다시 찾게 되는 ‘자꾸 생각나는 맛’을 내는 연주가 말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만의 맛’을 찾는 여정은 순탄치 않다. 수십 개의 명반을 찾아 듣고 연주자마다 음가를 어떻게 다루는지, 소리의 질감은 어떠한지, 그 미세한 차이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인고의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노포 주인장이 평생 수만 번 음식의 간을 보며, 수천 가지 재료를 직접 씹어보고 또 버려야 했던 그 고단한 시간들처럼 말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매뉴얼을 따르기는 쉽지만, 그 안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외롭고 투박한 여정이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나만의 맛’을 완성시키기 위해 수많은 시도와 버림의 세월을 우려내며, 오직 나만이 완성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맛의 레시피’를 치열하게 일궈가려 한다. 오늘도 각자의 골목에서 자신만의 고집스러운 맛을 내기 위해 묵묵히 시간을 우려내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