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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문 면접관 Mar 26. 2021

제주도에서 만난 폭탄들

세상은 넓고 폭탄은 많다

블라인드 채용 전문 면접관으로 활동하다 보면 전국에 위치한 공기업을 방문하게 되어 서울과 수도권 도시의 복잡함을 벗어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 좋다. 이번 주에는 면접관 활동 9년 만에 처음으로 제주도에 위치한 00 공기업 직원 채용을 위하여 아내와 함께 출장 겸 휴가를 다녀왔다. 업무 일정보다 3일 먼저 도착하여 서귀포에서 가까운 삼나무가 빽빽한 오름과 습지 그리고 올레 길 중 가장 풍광이 좋다는 7번 코스도 다녀왔다. 피카소 작품이 전시된 본태 박물관에도 볼만한 작품이 많았다.  

푸른 바다와 상쾌한 바람 그리고 신선한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제주도는 언제라도 참 좋다. 언제라도 달려가고 싶은 마음의 고향은 제주도이다.


이번 제주도 면접 현장에서 만난 면접위원 중 국제교류 분야 전문가 K가 있었다. 필자가 폭탄에 대하여 글을 쓰고 있다고 하니 순식간에 자신이 경험한 폭탄의 사례 3건을 소개해 주었고 필요하다면 상세하게 정리까지 해준다고 하였다. 폭탄 직원에 대한 경험이 많았고 폭탄을 제거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능력 있는 직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이었다.


첫 번째 사례는 K가 과거 국제교류 관련 기관에서 근무 시에 어떤 지원자(J)의 인성검사가 기준보다 미달이었지만 업무 수행역량이 매우 탁월할 것으로 판단하여 인성검사 결과를 무시하고 채용을 하였다가 낭패를 본 케이스이다. 그(J)는 머리도 비상하고 말솜씨도 탁월하였지만 너무나 이기적이어서 맡은 업무는 소홀히 하였다. 특히, 성품이 겸손하지 못하여 상사는 물론 동료들과도 어울리지 못하였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그 폭탄(J)은 십여 년 후 (개인 사정상) 그 회사 퇴직할 때까지 정작 본인은 폭탄인 줄 몰랐다고 하였다. 지원자의 업무역량보다는 인성을 중시하게 된 경험이었다고 하였다.


두 번째 사례는 모 기관에서 해외 파견 지원자들을 교육시키는 동안에 알게 된 특이한 폭탄(P) 사례를 소개하였다. 장기 해외 파견을 위해서는 현지의 언어는 물론 문화 전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여 지원자들에게 3개월 이상의 집단생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당시 수 십 명의 지원자들에 대한 교육 과정을 진행해보니 성적도 좋고 팀워크도 좋은 편이었으나, 단체 생활 중에 지원자들의 중요한 물건이 없어지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범인은 내부에 있을 것이라고 보았으나 단서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마침내, 수료하기 전 날 범인의 꼬리를 잡았는데, 역시 연수생 중 한 명이었다.


폭탄 P는 평소 행실이 좋고 성적도 우수하여 모든 동료들이 좋아하는 친구였는데, 본인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도벽증 때문에 졸업을 앞두고 퇴소를 당하게 되었다. 3개월 동안 숙식을 함께한 연수생 동기들 모두가 P를 용서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였으나, K는 과감하게 결단하여 파견을 취소하였다. K는 다시 생각해도 그 당시 결정이 올바른 판단이라고 하였고, 필자도 동감하는 바이다.


세 번째 사례는 K를 1년간 스토킹한 지원자에 대한 이야기이다. 최근 K가 모 기관에서 근무 중에 신입사원 면접이 있었다. 어떤 지원자가 업무 역량은 우수하였으나 인성검사 결과도 안 좋고 무언가 불편한 느낌이 있어서 불합격 처리하였다. 그 지원자는 전화, 이메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은 죽어도 그 기관에 도전하여 입사할 것이니 두고 보자는 등 1년 동안 수시로 협박을 일삼았다고 한다.

 
잠깐 사이에 3건의 폭탄 사례를 접하고 나니 '세상은 넓고 폭탄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시대 어느 조직과 모임에서도 볼 수 있는 폭탄 같은 사람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행복한 사람은 폭탄이 될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것과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방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인 긍정심리학과 그 핵심 요소인 PERMAS가 떠 올랐다. 폭탄과 PERMAS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제주도 유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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