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 놓을 결심

글과 나 사이, 그 어디쯤

by 오이향

글쓰기보다 글짓기를 하던 초등 시절, 전교생 백일장이었나?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선생님이 제출된 글들 중에 잘 쓴 글이라며 한편을 골라 읽어 주셨다. 내 글이었다. 당시 어린 마음에 매우 고무됐던 감정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수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성장기엔 독서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글 읽기가 그럴 진 데 글쓰기는 더더욱 내 전공이 아니었다. 나는 극사실주의자다. 문학소녀 따위 될 리 없다. 학교와 집만 오가던 암울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보상으로 얻은 대학의 자유로움은 그저 보상으로만 만끽했다. 그렇게 시절을 즐기다 덜컥 직장인이 되었다.


여행을 좋아해서 해외여행이 그리 흔치 않을 무렵부터 시간을 쪼개 자주 떠났다. 처음엔 선물 값이 제법 나갔다. 언젠가부터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 대신 엽서를 썼다. 선물 값을 줄이려는 꼼수가 숨어있었지만 의외로 친구들이 크게 기뻐했다. 투입대비 기쁨이 커서 가성비가 좋았다.


직장생활 길다 보니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된다. 뜬구름 잡는 일도 맡게 된다. 대체로 꿈, 이상, 희망, 뭐 이딴 것을 좇는 일이다. 단체 메일을 보냈다.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할 꿈과 비전에 대하여 썼다. 그리고 함께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참여 안 할 수 없었다는 답장이 날라들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라며 칭찬했다.


글쓰기는 그렇게 내 인생의 중요한 순간을 의미 있게 만들었다. 그때마다 나는 모르는 척했지만 내 인생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글은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글을 쓸 때 가장 솔직해진다. 그래서 좋기도 하지만 진심을 쏟아야 하기에 많이 힘들다. 여전히 지인들은 나의 글쓰기를 권하지만 그 과정의 소진은 알지 못한다. 진심은 털어놓을 용기가 있어야 하고 글은 그 진심을 내어 놓는 과정이라 더 그렇다. 그래서 여전히 망설인다.


언젠가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어쩌면 나를 털어놓고 담담히 마주 앉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나에겐 나와 소통하는 법이 바로 글쓰기이기도 하니까. 글로 표현된 나를 이해하는 것, 나도 알기 힘든 나와 평생의 친구가 되는 법이 바로 글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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