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에서 하일랜드까지

알랭 드 보통을 읽고

by 오이향

알랭 드 보통의 장편소설을 책장에서 집어 들었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사실 낭만도 연애도 내 전공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이후의 일상 또한 그러거나 말거나다. 다만 주인공 라비와 커스틴의 생활무대가 스코틀랜드, 10년 전 홀로 떠났던 그곳이어서 소설의 중간중간 익숙한 지명을 이정표처럼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사실 사랑을 왜 모르겠나, 남녀를 떠나 2인 이상의 성인이 직장이든 가정이든 함께할 때 서로 인내해야 할 양가적인 감정 중 어느 한쪽면일 터인데. 알랭드보통은 여러 책에서 그의 통찰이 소개되고 있어 떨어지는 기억력에도 한 번쯤 들어 본 작가긴 했다.


사무실 내 책상 뒤 문이 달린 책장에는 한때 도시재생 붐으로 생겨났다가 10년 만에 문을 닫은 비운의 "어느 라이브러리"에서 가져온 책들이 숨어 있다. 수요가 있는 기관에서 신간들은 가져가고 폐기를 앞두고 실려가던 것들을 내 책장 속에 버리기로 하고 가져왔던 이유다. 나는 지금 이 책과 연이 닿은 연유를 열심히도 설명하는 중이다.


내 가방은 항상 만석이다. 그리하여 무겁다. 머리 좋은 사람은 머리에, 우리 같은 사람은 가방에 뭔가를 잔뜩 넣어 다닌다. 그건 책일 수도 있고 걱정일 수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책은 결국 체화되지 못하고 팔 근육만 키운다는 사실이다. 어쨌든 팔이 무거울수록 마음만은 철학자요 지식인이니 그것으로 만족이다.


며칠을 그렇게 들고만 다니다 연말에 사무실에서 사준다던 책이 얼마 전 도착 했다. 마음이 급해졌다. 가방 속 그 자리에 새 책이 들어갈 타이밍이다. 역시 원고의 마감일이 가장 좋은..... 뭐였더라? 핵심을 찌르는 말이었는데 요즘 대충 의미는 생각나는데 정확한 표현이 기억나지 않는 게 나의 한계다.


우습게도 그렇게 서둘러 읽은 책이다. 보통은 진짜 통찰이 보통 아니다. Botton의 알랭인가? 어쨌든.

누군가와의 관계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던데, 오래될수록 가까워질수록 견디기가 쉽지 않다. 낭만도 연애도 다 몰라도 한평생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사는 우리, 아니 나에겐 참 필요한 통찰이다.

'우리 눈에 정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우리가 아직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뿐이다'는 말에 한표 던진다. 서로의 불완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같은 궤적으로 함께 걸어갈 사이가 되지 않을까?


읽는 동안 곧 결혼을 앞둔 사무실 친구에게 건네볼까도 했다. 결국 그러지 않기로 한다. 그녀에게도 사랑을 알아갈 시간이 필요하고 언젠가 선물처럼 보통을 아니 알랭을? 만날 기회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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