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소영 Apr 05. 2019

각자의 속도로 달린다

 몇 년째 달리기를 하고 있지만 속도가 빨라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평균 분속을 기가 막힐 정도로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승부욕은 물론, 더 빨라지고 싶은 욕망이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

 인생을 기준으로 가능한 오래 달리는 것이 러너로서의 내 유일한 목표다. 지금처럼 생각날 때마다 가끔 달리다 노후를 맞으면 기쁘겠다. 이 친구와 평생을 벗으로 지내려면 결코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나는 직감했다. 몸이 집착할수록 마음이 저만치 달아날 것을 나는 안다.

 어쩌면 천성이 게으른 것을 이런 말로 포장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쩌겠나, 나라는 인간이 삶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생겨먹은 걸.


 그런 마음가짐이라 '엄살 부린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으면서 몸을 사린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동요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여러 사람과 달리기를 할 때는 각자의 속도를 존중하려 한다.

 달리기 경험이 없는 사람이 빠른 사람을 따라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춰 서거나, 또는 무리하다 끝내 헛구역질을 하는 모습을 나는 많이 보았다. 그런 경험으로 달리기를 '지독히 혹독하기만 한 운동'이라 여기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물론 달리기와의 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상심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반대로 빠른 사람이 느린 사람을 위해 속도를 맞추다 보면 아쉬운 마음을 내내 안고 달려야 한다. 물론 그들 중에도 페이서를 자처할 만큼 배려심이 깊어 함께 달리는 것 자체로 기쁨을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각자의 속도에 맞게 달릴 것을 미리 요구하는 편이다. 내가 상대보다 빠르다면 중반까지 비슷하게 달리다 내 페이스를 찾아 속도를 올리곤 한다. 마찬가지로, 상대가 나보다 빠를 땐 굳이 내 속도에 맞추지 말고 먼저 가라고 이야기한다. 어차피 몇 분 차이로 우리는 한 곳에서 만나게 될 테니까.


 왜 더 빨라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해 내 평균 속도는 여전히 1Km당 5'45''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언젠가 승부욕이 생기거나 시간을 단축하고 싶어 질 날이 온다면 이곳에 꼭 기록하도록 하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건 아닙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